Review/책 리뷰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 루안 브리젠딘저

고고와 디디 2016. 8. 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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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다소 단편적인 정보가 나열된 것 같아 책수다에 가서 무슨 말을 늘어놓아야 될까 생각이 이래저래 많아졌습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거, 남들이 이미 알고 있는 거는 구태여 이야기할 바에는 그냥 가만히 있자. 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있었기에 난감했죠. 

하지만 역시 책수다 속에서의 사람들 간의 이야기는 늘 저를 놀래키곤 했습니다. summernina님이 꺼내놓으신 이야기 보따리 덕분에 여자, 남자의 다른점에서 여자와 남자가 만나 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이야기까지 확장되면서 저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갑자기 우울해지더라고요.

하지만 기분 좋은 '우울감'이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가진 연애, 결혼에 대한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상념들이 스물스물 올라오더라고요. 낙천적인 터라 카르페디엠을 입에 달고 저로서는 평소에는 감히 상상도 안 해볼 나의 미래를 마주보게 되면서 과연 말년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말년을 위해 내가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것들을 생각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모르던 나의 생각을 읽어내면서 사실은 자주 상상하고 싶지는 않은, 참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하지만 상념들은 정말 끊이질 않고 많은 것을 보여주더라고요. 

또 하나, 책에 대한 이야기도 물론 했습니다.  summernina님은 부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흥미로운 영화들을 제시해주셨죠. 절대절명의 위험한 순간에 아이와 아내를 외면하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간 남편에 대한 이야기.  분명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읽어냈지만 생뚱맞게도  그 순간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또다시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나에게 덮쳐오더라고요. 솔직히 힘들었어요. 내 속의 이기심을 엿보면서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장르가 다 이런 장르더라고요. 인간의 본성의 어두운 심연을 끌어올리는 이야기들에 쉽게 매혹당하곤 했습니다.  정유정의 7년의 밤이라든지, 도스토예프스키의 상처받은 사람들,  영화 파수꾼, 도가니를 비롯한 참 다크한 이야기에요.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참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서 정말 힘들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유익한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