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읽고 나서 처음 느낀 단상은 이 작가 참 노련하구나~라는 거였습니다. 드라마로 치면 장편 드라마를 써내려가는 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도록 적당한 간격 안에 궁금할 만한 포인트를 찍어 떡밥을 던져놓는 솜씨는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였습니다. 하쿠로와 처제(?) 가에다와의 위태로운 썸타기(결국 가에다는 형사였죠.)부터 하쿠로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비밀 뒤에 숨겨진 의외의 범인, 하쿠로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의학가 명문가들의 이기적인 행태까지 계속해서 페이지를 들쳐볼 수 밖에 없도록 하는 힘은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책이 마무리될 쯤 놀랍게도 작가는 거창하게 뿌려둔 떡밥들을 한순간에 허망하게 만듭니다. '관서의 망'이라는 그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작법으로 '과학적 사실'을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