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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이후 발생한 또 다른 비극 "난 테러리스트 아냐"

▲영화 포스터ⓒ 필라멘트 픽쳐스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한 남자가 혼자 중얼거리며 손에 한 가득인 돌을 만지작거리며 불안정하게 몸을 움직인다. 사람들의 신고로 따로 방에 끌려들어가 물건을 검문 당하는데 위기에 벗어났다 싶으니 이 남자는 워싱턴 D.C에 왜 가는지 묻자 '내 이름은 칸,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라고 말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가야 한다고 거듭해서 말을 한다.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종교 간의 갈등으로 9.11 테러로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죽은 비극에 대해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2011년, 카란 조하르가 연출한 인도 영화 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의 눈으로 본, 이슬람 교..

'그것' 없애려 뭉친 루저클럽, 왜 물건을 모았을까

* 주의! 이 글에는 의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2019년 작 영화 는 루저가 믿음을 가지면 일어나는 일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이다. 원작자 스티븐 킹의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번 영화에서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이 또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전작 은 27년 전, 마을 '데리'에 빨간 풍선을 든 삐에르의 모습으로 나타나 어린아이들을 공포로 얼게 한 후 잡아 먹던 '그것' 페니와이즈에 맞섰던 '루저클럽'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는 27년마다 나타나는 '그것' 페니와이즈를 소탕하고자 이제는 어른이 된 '루저클럽'의 친구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뭉쳐 피할 수 없는 마지막 대결을 하기 위해 마을 '데리'로 돌아오는 것에서 시작된다. ▲영화 포스터ⓒ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전작 에서 열연..

부모를 고소하지 않았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끔찍한' 비극

2019년에 개봉한 영화 은 현재 세계 곳곳에서 난민 위기를 겪고 있는 실제 상황을 체감하기에 제격인 영화다.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라는 난민 어린이 자인의 외침은 이후 법정에서 세상에 대한 비판으로 확장된다. 부모는 건사할 대책도 없이 아이를 계속 낳고, 난민 어린이들은 길거리로 내몰리지만 사람들은 무관심 하다. 레바논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12살 소년 자인은 출생 기록조차 없다. 그는 부모에게 보호받지 못하고 세상으로부터도 외면 받는 상황에서 부모를 고소하기에 이른다. 잘 짜여진 극 안에서 비전문 배우들은 자연스러운 호연을 펼친다. 이 영화는 칸국제 영화제에 초청돼 약 15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이어 안탈리아 국제 필름 페스티벌 BEST ACT..

젠체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말하다.

회사원일 때가 있었다. 친화적이긴 했지만 작은 것에 집착하고 일의 성과를 자신의 정체성과 결부시킨다는 평과 함께 나는 회사 문화에 맞지 않은 사람으로 점점 낙인찍히는 듯 했다. 질문에는 늘상 정해진 문법같이 답이 함께 딸려 있다는 점을 일찌감치 알았더라면 회사 생활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을까? 과거를 돌이켜보면 잘못된 일에는 죄책감부터 앞섰던 것 같다. 나에게도 의 화자와 같은 동료가 있었다면 이때의 나에게 뭐라고 조언해주었을까? 소설 표지ⓒ 창비 소설 의 이야기 구성을 보면 흥미롭다. 화자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소위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는 아이로 설정되어 있다. 초반에는 화자에게 닥친 끔찍한 사건을 둘러싸고 이후 화자의 행보를 적어가는 듯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

Review/책 리뷰 2019.10.04

연인과 헤어진 뒤 게임으로 부자된 남자,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영화 포스터ⓒ 넷플릭스 영화 는 친구에서 시작해 연인으로 발전한 '린젠칭'(정백연)과 '팡샤오샤오'(주동우)의 사랑을 그린다. 과거 베이징에서 열렬하게 사랑했던 2008년과 현재 북경행 비행기에서 운명처럼 재회한 2018년을 교차편집해 보여주면서 그들의 사랑이 해피엔딩이 아님을 암시한다. 영화에서 게임은 중요한 소재다.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젠칭이 샤오샤오와 함께 하기 위해 꿈을 포기한 채 관련없는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이유를 잘 설명한다. 직장에서 잘리고 월세집에서도 내쫓기는 상황 속에 게임만 하는 모습에 질려 그에게서 샤오샤오가 도망가는 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도망친 샤오샤오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젠칭은 기를 쓰고 게임을 만든다. 그리고 그는 꽤 많은 돈을 손에 쥐게 된다. 게임 시나..

휴대폰이 없었던 그때... 우리의 연애는 더 낭만적이었다

▲영화 포스터ⓒ CGV 아트하우스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나로서는 이게 없던 시절에 어떻게 지냈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기다림의 즐거움과 느림의 미학이 있었던 과거 그 시절로 돌려보낸 것은 영화 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영화 이야기의 배경이 1994년 가수 유열이 DJ를 처음 진행한 날로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아야 되는 시절이었다. 이외에도 몇 가지 설정 때문에 영화 은 다른 영화와 결을 달리 할 수 있었다. 영화 줄거리는 간단하다. 엄마가 남겨준 빵집에서 일하던 미수(김고은)는 빵집에 붙여 있던 구인 광고를 보고 지원을 한 현우(정해인)와 하루하루를 공유하게 되면서 설레는 감정을 가진 찰나 뜻하지 않은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바람에 연..

감자껍질로 만든 파이, 80년 전 영국인들 왜 이걸 먹었을까

소설가는 어떻게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독자로서는 영감으로 썼다는 구태의연한 이야기보다 실제 책 한 권이 탄생되기까지 과정을 알고 싶을 때가 있다. 영화 는 이같은 의문점을 풀어주기에 제 격이다. 작가가 소재를 어떻게 얻는지,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동력은 어디서 오는지, 소설가로서의 애환은 어떤 것인지. 이 영화에는 한 장면도 버릴 게 없다. 영화의 배경은 1946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의 영국이다. 영화는 인기 작가 줄리엣 애쉬튼(릴리 제임스)이 건지 섬에 있는 농부인 도시 애덤스(미힐 하위스만)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줄리엣이 예전에 헌책방에 팔아넘긴 책 을 건지 섬에 있는 도시 애덤스가 읽게 되면서, 두 사람은 이어지게 됐다. 편지를 주고받던 중 줄리엣은 '건지 감..

웹소설로 썼으면 대박났을 소설

*소설 스포가 있습니다. 웹소설을 준비하느라 큰 줄거리를 짜는 중이라 온통 신경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소설들을 골라 읽으며 동기부여 중이다. 그러던 중 만난 소설 '훔쳐보는 여자'~!! '책끝을 접다' 유투버가 추천해서 읽게 되었는데 정말 웹소설로 연재했으면 끝까지 궁금증 때문에 읽어봤을 이야기였다. 화자는 1인칭 시점으로 오텀과 대프니가 번갈아 자신의 이야기들을 이야기해주는 형식인데 둘의 관계는 10대 때 어쩔 수 없이 입양보낸 오텀과 그녀의 아이를 입양한 대프니이다. 아이가 보고 싶어 대프니에게 접근한 오텀이 sns에 그려진 대프니의 모습이 허상임을 하나둘씩 알아가는 장면이 묘사되는 장면이 참 쫄깃하다. 참신한 이야기 구성과 예측불허인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와 흥미진진한 소설. (하지만 동시에 반전을..

Review/책 리뷰 2019.09.17

[영화리뷰] 내 인생의 좋은 일들은 다 이 일을 하면서 생겼어

▲ 트위터에서 요리 비평가와의 설전 장면 영화 속 요리사 칼(존 파브로 분)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안정적으로 손님을 대접하고 있는 등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그에게 저명한 음식평론가 램지의 등장은 그의 승부욕을 자극했지요. 하지만 레스토랑 사장은 한 명의 음식평론가보다 지금까지 그들을 먹여 살린 손님들의 입맛에 맞게 5년째 인기가 많은 대표 메뉴를 내놓으라 하지요. 결국, 현실과 타협한 칼에게 닥친 위기가 닥칩니다. 음식평론가 램지의 악평을 시작으로 트위터에서의 설전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지요. 졸지에 무직자가 된 칼은 어떻게 다시 일어나게 될까요? 이번 편에는 명사절을 만드는 whatever에 대한 것도 살짝 언급되어 있어요. 전문은 https://amkorinstory.com/331..

누군가에게 난 유해한 사람이었을까

▲ 표지 사진 내게 무해한 사람 표지ⓒ 문학동네 단편 에서는 학창시절 친했던 이경과 수이가 직장을 갖게 되면서 끈끈했던 사이에서 이해하고 싶지 않은 관계로 변질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학교에 간 이경과 직업학교로 간 수이는 서로 다른 생활반경에 살면서 점점 멀어져 갔다. 항상 미래만을 말하며 불만사항에 대해서는 입 꾹 다물고 입밖에 내뱉지 않고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수이가 이제는 이경에게는 버겁고 오히려 자신의 약점을 부끄러움 없이 노출하는 새로 만난 친구들의 억눌리지 않는 자아가 오히려 멋져 보인다. 이경은 대학에서 알게 된 아이들을 생각했다. 주량에도 안 맞는 술을 잔뜩 마시고 울기도 하면서 주정하는 아이들을, 자신의 약점을 부끄러움 없이 노출하는, 억눌리지 않은 아이들의 자아가 이경은 신기했었다..

Review/책 리뷰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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