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책 리뷰

[책리뷰] 최면술사의 시대

고고와 디디 2024. 9. 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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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 ‘소식을 들을 때면 덜컥 한다. 살기 팍팍한 데다 젊은 세대들은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나의 노년을 생각해보면 세대별로 불안요소를 없애지 않고서는 2-30년에는 거리를 걸을 때도 두리번 거리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부터 든다.

책 <최면술사의 시대>를 읽으며 책장 넘기기 힘들었다. 자꾸 나의 미래랑 겹쳐 보여서 그런 듯하다. 소설의 배경은 최면으로 상대적으로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노인네들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던 청년층의 마음을 다독이는 최면술사의 세상이다.

최면술사의 필요성으로 책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점차 증가세를 보이는 '묻지마 범죄'는 대부분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에는 사회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범죄가 우후죽순처럼 벌어지는 건 물론이고 그땐 상식도 통하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 20p

사회파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나도 이런 류의 글을 쓰기를 원하지만
이 책은 진지하게 2024년을 기점으로 2-30년대의 미래를 염두해둔 듯하다.

최면술사들은 사람들이 마음 깊숙이 사무친 염원들을 암시를 통해 이루게 해주는 사람들이다. 이루지 못한 꿈들이나 염원을 암시를 통해 이루게 하는 것이 최면술사의 일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루었다고 느낄 수 있게 마인드 컨트롤하는 것이다.

이런 연유 최면술사는 하나의 공무원처럼 직업으로 자리잡을 뿐 아니라 그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가령 이런 것이다. 암 투병 중인 할아버지는 어릴 적 잃어버린 누이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들다. 죽기 전에 이 마음을 털어내고 싶다. 최면술사는 최면으로 누이를 만나게 해 주었다. 설사 한낱 허상이라 할지라도 행복한 표정으로 임종을 맞이했다.

소설은 이런 사무침을 악용하는 사람들을 퇴치하고자 최면술사와 형사가 공조를 이루는 등
다이내믹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나에게 죽기 전에 이루었으면 하는 염원은 뭘까?
또다시 잠식해버리는 중이다.

1. 길을 걷다가 차도에 뛰어들고 싶었던 과거 어느날의 하루?
2. 말싸움 한번으로 끊어져버린 십년지기 친구?
3. 뚱뚱하다는 이유로 좋아했던 남자애의 만남을 거부했던 나날들?

1번은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면 가능한한 빨리 퇴사했을 것이고
2번은 솔직하게 돈이 부족해서 멀리 놀러가는 게 부담스러우니
가까운데로 놀라가자라고 내 사정을 설명했을 것이고
3번은 그 아이가 나를 좋아하는 건 나의 유머러스함이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자주 만났을 것이다.

이렇게 보니 참 나의 과거도 우울하기 그지 없다.
실수도 많고 회피 성향도 많고
결단력도 부족하고
용기도 부족하고..

좋게 말하면 다이내믹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참 힘들게도 살았다 싶다.

그럼에도 이런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소설을 쓸 때 주제 하나는 쉽게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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