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19년 만에 찾아온 최고의 연서

고고와 디디 2017. 2. 18. 16:02
반응형
<싱글맨> 다음으로 두 번 째 작품인 <녹터널 애니멀스>을 내놓은 디자이너 출신 감독 톰포드ⓒ UPI 코리아
첫 장면에서 전시회를 여느라 지쳐 있는 수잔에게 들이밀어진 선물 하나에 궁금증이 일어난다. 도대체 선물은 무엇일까? 이래저래 상상하다 박스가 열려지는 순간 책이 나오는데… 
수잔 전남편인 에드워드가 쓴 소설이다.
        붙같이 사랑해서 에드워드와 결혼한 수잔(에이미 아담스)이지만 소설 지망생이었던 그의 예술성에 질려 
        이혼을 선언하고 이후 19년 만에 받은 선물이다. 그는 왜 이것을 보냈을까. 
        이후 현재 <녹터널 애니멀스>이라는 책을 읽는 수잔 의 모습과 소설 속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얄궃게도 주인공 역시 수잔과 에드워드이다. 소설 속 에드워드의 이름은 토니이다). 소설 속에서 수잔과 에드워드는 
        딸과 여행을 가다가 시비를 거는 불량한 남자들에게 차를 포위당하고 차를 길가에 세우게 된다.
톰 포드의 두번째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의 한 장면.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 속 수잔 부부에게 닥친 시련을 잘 보여주는 장면ⓒ UPI 코리아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아내와 딸을 잃은 극 중 에드워드(제이크 질렌할)는 불량배를 앞에 두고서도 총 하나 제대로 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소심한 마음을 계속 추켜올리며 힘을 다해 무서운데도 그의 가족을 망가뜨린 자들을 응징해간다.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에드워드에게 질려 다른 남자와 바람을 펴 지금은 그 남자와 삶을 새로 꾸린 수잔은 남편의 잦은 출장과 바람 때문에 지금 현재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찰나 이 뜨겁고도 열정적인 소설 속 에드워드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낸다. 그가 얼마나 수잔을 사랑을 했는지, 아니 떨어져 있는 순간 동안에도, 지금조차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의 한 장면. 모든 걸 다 가졌는데 행복하지 않은 수잔, 무엇이 문제일까? ⓒ UPI 코리아
다음 페이지를 펼쳐보기도 무서울 정도로, 읽는 내내 깜짝깜짝 놀랄만한 잔혹한 장면이 눈앞에 그려져도 다음을 열어볼 수밖에 없는 매력이 이 책 <녹터널 애니멀스>에는 있었다. 작가 지망생이었던 에드워드는 현재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의 사랑을 멋지게 에둘러 표현해낼 수 있는 멋진 작가로 성장했다. 약해빠져서 결혼 대상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던 수잔의 어머니와 현실적이지 못한다며 자신의 틀에 에드워드를 맞추려던 수잔에게 '나는 약하지 않다.'고 항변하듯 소설 속 에드워드가 범인 앞에서 총을 들어 섣불리 그를 응징하지 못하자 범인이 약올리듯이 넌 약하다고 말할 때 그는 범인을 향해 총을 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현실에서는 어떻게 끝맺음을 할까? 한 여자만을 20년을 생각해온 그 남자를 이제 그녀가 기다린다. 사랑에는 답이 없다. 영원할 것이라는 것도 늘 행복만을 줄 거라는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수잔은 에드워드와 헤어지고 나서야 그가 준 연서인 책 <녹터널 애니멀스>을 읽고 나서야 어렴풋이 사랑에 대해 정의내릴수 있게 되었다. 사랑이란 자신의 틀에 혹은 세상의 틀에 그 사람을 맞추려 하기 보다는 그 사람 그대로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말이다. 그리고 때로는 현실적인 잣대로 규명할 수 없는 뜨겁고도 헌신적인 사랑 또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사람은 꽉 붙잡고 곁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