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수다를 하면서 소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얻어가는 게 제일 많은 것 같아요.책수다 식구들이 고른 문장에 고스란히 지금 느끼는 그들의 감정 상태가 잘 드러나서 그런 것 같습니다.그런 걸 보면서 아 A는 요즘 관심사는 이거고 B가 요즘에 눈여겨 보는 이슈키워드는 이거구나~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그런 것을 발견할 때 재미있습니다. 혼자 책을 읽어서는 얻기 어렵기 때문이죠.
오늘은 책수다 후기 핑계삼아서 몇개 정리해보려고 해요.
우선 A가 고른 구문 나갑니다.
이반 일리치가 진정으로 기쁨을 느끼는 것을 카드놀이였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살면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그 어떤 불쾌한 사건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마치 촛불처럼 다른 모든 것들 앞에 환하게 타오르는 기쁨이 있다면 그것은 마음에 맞는 좋은 친구들과 둘러앉아 너무 시끄럽지 않게 카드를 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네 명이 짝을 이루어 머리를 쓰고 진지하게 게임하고 그러고 나서 뭘 좀 먹고 포도주를 한 잔 마시는 것, 그것은 그에게 진정한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게임에서 이겨 조금 딴 후 이반 일리치는 특히 최상의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곤 했다. 48p
삶을 살아가면서 이렇듯 소소한 기쁨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저도 공감했습니다. 다만 저는 ㅋㄹㄴ 시대를 겪고 있기에 특히 백신 부작용을 겪으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강하게 느낀 적이 있어서 이책에서 이 구문이 마음 속에 확 들어오지 않았습니다만 그래서 제가 고른 구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옆구리 통증은 계속해서 그를 괴롭히고 갈수록 심해지더니 이제는 잠시도 멈출지 않을 기세였다. 입안에서 점점 더 이상한 맛이 났고 역겹고 이상한 냄새가 풀풀 나는 것 같아 식욕도 떨어지고 기력도 현저히 약화되었다. 이반 일리치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그런 심각한 일이 그의 몸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이었고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그저 세상사가 전과 다름없이 그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점이 무엇보다 이반 일리치의마음을 아프게 했다. 59p
백신 부작용을 겪으면서 원인도, 해결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고통을 알아주지 않는 가족들이 잠시 밉더라고요. 그 짧은 시간 동안 온갖 감정을 다 느꼈던 것 같아요. 원망-절망-외로움-회한 등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었습니다. 결국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준다 한들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원망할 것도 외로워할 것도 없어요. 이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할 뿐이죠.
또, 이건 제가 쏘아올린 주제이긴 하지만 극 중 이반 일리치는 결혼 생활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지 않고 지레 마음을 닫고 부인과의 대화도 더이상 시도하지 않고 부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파악조차 안하고 일에 몰입할 것을 결심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회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혼자 사는 게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나았겠다 싶다고 이야기의 포문을 열었습니다.이와 관련해 이슈 키워드가 하나 둘 나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키워드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책수다 토론을 보면서 불쑥 불쑥 끼어드는 생각은 작가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 취사선택해 인물들의 감정을 드러내는 부분을 알아채서 이야기를 이해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저도 책수다 식구들도 사람인지라 어떤 구문에는 강하게 매료되어 그 구문에만 맴도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입니다.
구문에서 파생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긴 하지만 애초 작가가 말하고 싶은 바를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 않을까 잠깐 생각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감정에 취해 소설 속으로 빠져드는 것도 독자의 특권이기에 이게 맞다고 할 수는 없고 그냥 드는 생각을 한번 적어봤어요.
덧붙여) 올해 들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가장 마음꽉꽉 힐링받은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럼 다음 달에 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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