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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리뷰

<오베라는 남자>에 심쿵하다.

by 고고와 디디 2017.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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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소냐를 보낸 후 남은 시간을 그녀를 기억해내며 그리워하는 오베의 모습과 내 첫사랑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었으리라.


대학교 1학년 때  첫사랑울 만나고 나서 난 '사람이 사람한테 반한다는 말을 믿게 되었다.' 그렇게 멋진 사람이 지금 이순간 내 옆에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벅찬 일인지는 정말 생각치도 못한 감정들이 휘몰아쳐왔다. 하지만 이내 오베처럼 '내가 감히' 저렇게 길쭉길쭉하고 하얀데다가 지적이고 위트 넘치는 이 공대 남자를 사귀어도 되는가..라는 자괴감에 빠져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여지껏 해온 것 중 최악의 선택이었다.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는 그 황금같은 시간에 난 좀더 멋진 나를 갈고닦아야 한다는 일념에 그와의 만남을 미뤘고 면죄부를 받고 싶은 양 그의 블로그에 매일매일 글을 주고 받았다. 어쩜 글도 그렇게 잘 쓰는지..하지만 나의 명쾌한(?) 글들은 점차 질투 어린 연서로 빛깔이 바래졌고 그걸 감지한 그의 지리멸렬한 감정에 치여 그대로 그와의 만남은 끝났다.

지금에 와서야 겉모습으로 이루어진 조건으로 결코 쩌리가 되지 않음을 알지만 그때는 정말이지 그는 나에게 태양이었고, 나를 쩌리로 만드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소설 속 오베는 소냐와 해피엔딩이었다. 그건 오베는 흑백으로 만들어진 남자였고 소냐는 색깔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냐는 오베가 가진 색깔의 전부인 거였기에. 원구 오빠가 말하는 것처럼 '단지 부인이 좋은 사람이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모든 커플은 각자의 기질상에서 자신의 자유를 극대화려는 이기적 선택으로 상대를 결정할 뿐이였고 독서를 좋아하고 자유로운 정신의 소냐가 원칙적이지만 다정한 그를 만난 것은 일종의 좋은 의미에서 합리적 선택'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근데 나는 조금 더 '낭만적'이니깐 정말 서로에게 꼭 맞는 사람을 알아봤고 용기내어 선택할 수 있었으며 결국 혜안이 있는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축복이라고 바꿔 말해보고 싶다.

참 정이 가는 사람들과 가식 없는 이야기로 '오베라는 특별한 남자'를 탐구한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지금도 그 잔상이 남아 있는 걸 보면.......

봄이다 곧 봄...정말 나른하고 묘하게 사람 만드는 계절...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