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책 리뷰

[리뷰] 소설 아몬드, 나답게 사는 법을 배우다

고고와 디디 2020. 3. 1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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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아몬드> 표지ⓒ 창비

 

소설 <아몬드>의 이야기 구성을 보면 흥미롭다. 화자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소위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는 아이로 설정되어 있다. 초반에는 화자에게 닥친 끔찍한 사건을 둘러싸고 이후 화자의 행보를 적어가는 듯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편견 없이 보여준다.

화자인 '나'는 감정을 못 느낀다. 소위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는 아이로 설정되어 있다. 화자인 ‘나’가 사람들에게 배척당하지 않기 위해 어릴적 엄마는 그에게 메뉴얼을 줘서 각 상황에 맞는 답을 암기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메뉴얼로는 '나'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 엄마, 할머니와 오랜만에 나들이를 나간 날 일어난 비극도 막지 못한다. 그저 행복하게 웃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부적응자인 남자는 엄마와 할머니에게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구경만 할 뿐 버젓이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 어떤 대응도 하지 않는다.

친구 곤이가 계속 삐뚤어지는 것도 메뉴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죽어가는 나비의 고통에 미안하고 슬퍼서 한참을 울던 감정이 풍부한 곤이었는데 왜 계속 삐뚤어져만 가는가? 그 답은 곤이가 약해 빠진 주제에 강한 척하는, 물러 터진 놈이기 때문이다. 곤이는 과거 부모를 잃어버리고 15년 만에 만났다. 그런데 아버지라는 사람은 제멋대로 자란 곤이에게 실망감을 느낀다. 그래서  세상과 곧 작별할 아내를 위해 곤이 대신 화자인 '나'에게 아들인양 연기하게 한다. 아내에게 멋지게 자란 아들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철저히 곤의 아빠가 자기 입장에서 해석해 내세운 대안이다.

화자인 '나'의 눈에는 이런 대처가 오히려 곤이에게 폭력이 되었음을 알아챈다. '나'는 이렇듯 가식과 진심, 강한 것과 젠체하는 것 그 경계를 짚어낸다. 그리고 곤이의 연약한 구석을 알아채고 약해서 만들어지는 상황 속에서 진정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담론을 제시한다.

연약한 곤이가 자신의 성정을 무시하고 깡패인 철사를 롤모델 삼아 세상이 지정해준 질서와는 정반대의 인생을 선택할 때 '나'는 온 몸을 다해 막으려 한다. 사회부적응자인 남자에게 '나'의 할머니와 엄마가 폭력을 당할 때 무관심했던 사람들과는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아몬드>는 처음에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남들보다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읽고 사태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알아내려는 분석적인 성격인 소유자의 ‘나’를 통해 세상에서 요구하는 젠체하는 가짜가 아니라 자신이 지닌 성정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진짜 삶을 살아가기를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