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독을 하고 나면 이 소설은 시처럼 써 내려가는 중이네. 라는 생각이 들고
다시 보면서 떡밥이 어떻게 회수되는지 그 과정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자신과 다른게 음식점에서 칼을 선택하라는 종업원 말에 화려한 칼을 집어드는 수미에게 반해서 결혼했다는 내과의사의 석진의 말을 처음에 무심코 넘어가지만
이어 면도칼을 삼키고 자해하던 여자를 석진이 칼을 빼내준다는 이야기로 연결되는 지점에서는 집중을 하기 시작한다. 이 칼이 어떻게 단어 연상을 이어갈까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이 칼은 또다시 내과의사의 안좋은 습관 헛기침으로 연결되고 아무도 알지 못했던 심지어 내과의사 석진조차 몰랐던 헛기침하는 이유를 유화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렇게 따뜻하고 반짝이는 데 있으면서도 기침을 하는 이유를 알아요.
당신 속의 칼을 꺼내줄 사람이 없어서. 202
몇 년을 함께 산 배우자는 절대 알지 못할 이 진실을
유화는 몇 번의 만남만으로 알아낸다.
이 소설이 재독하기 좋은 이유는
소설이 쉽게 이해되도록 작가가 고심한 흔적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울까봐 이 작가는 요약이라는 걸 해준다.
마취가 시작되며 흐려진 시야 속으로 눈에 익은 수염이 잔상처럼 스며들었다. 검은 수염에 국물 방울을 묻히는 남자, 뚜껑 없는 차에서 장미 향이 나는 남자, 높은 건물 안에서 남의 속을 보는 남자, 단단한 줄을 매고 가짜 벽을 타는 남자. 163
불을 품은 눈에 마스카라를 바르는 여자, 바다 건너 땅에서 홀로 얼어가는 여자, 연인의 칼을 먹고 제 속을 베는 여자, 유리 방주를 향해 헤엄쳐 가는 여자. 그녀가 곧 자신의 남은 수염을 밀어주러 오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때 석진은 그녀의 칼날에 제 턱을 맡길 것이다. 여전히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265 마지막 페이지
이런 작법 때문에 볼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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