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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리뷰

'노랑무늬영원'을 쓴 한강 작가는 이걸 어떻게 묘사 했을까?

by 고고와 디디 2024.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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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습작을 하면서 느끼는 건 디테일 부족, 묘사의 어려움이었다.
공부하기 좋은 소설을 찾던 중에 '노랑무늬영원'이 제격인 것 같아 연습해보려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참 안쓰럽다. 따뜻한 사람인데 주변 사람은 그러지 못해서 말라 죽어가는 인물이다.
'나'는 차를 몰다가 튀어 나온 고양이를 구하고자 자신이 다쳤다. 문제는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데
그림을 못 그리게 되었다는 건데 남편은 이제 작업실마저 빼자고 하는 상황이다. 
 
그에게 마음이 무너져가는 듯한 그녀를 보면 한없이 안쓰럽다. 그녀가 이런 속내를 가감없이 묘사하는 모습을 보면 감정인데도 실체가 있어 잡힌다.
 
남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다. 그렇게 진지한 얼굴에 흰 거품을 잔뜩 묻혀 놓고 있으니 희극적으로 보인다. 그의 시야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나는 주방으로 걸어간다. 빈 식탁 앞에 걸터앉는다. 이 오전의 조용한 대화에 새겨진 어떤 날카로운 것의 이물감을 묵묵히 어루만진다.
 
설명하는 절차조차 피곤하다는 듯 빠르게 말을 이어가는 그의 얼굴, 그 턱 위로 피어오른 흰 거품, 말하는 동시에 감정을 감추는, 두 사람의 낮고 공식적인 목소리. 213p;
 
이거지예. 이렇게 묘사할 수도 있구나. 생각나는 그대로 표현해도 소설의 한 자락을 맹글어갈 수 있는 거구나.
희망이 생겼다.
 
창경궁을 갔다왔다. 사진을 묘사하면서 한강 작가에게 배운 이 묘사법을 응용해봐야지.


 
두 나무 사이에 엿보이는 광경이 묘하다. 터널을 걸어가는 것 같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지금 고통받는 현실에서 빠져 나갈 또 다른 공간이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점점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새로운 돌파구가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차오른다.
 
이 사진을 보면 또 이렇다. 이렇게 반짝반짝한 데 나의 인생에도 한번쯤 이렇게 햇살에 비춰져 반짝일 때가 있을 것 같다.
눈을 감고 기억해내야지. 까먹어도 괜찮아. 지금은 시간이 꽤 많거든. 눈을 뜨고 다시 보고 눈을 감고 되샘기질 하다보면
기억해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