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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방송, 유투브 리뷰

안면기형증 앓는 소년. 그가 진정한 친구를 사귄 방식은

by 고고와 디디 2019.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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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원더> 포스터 ⓒ CGV 아트하우스

 
2017년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원더>는 남들과 다른 외모로 태어난 10살인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가 홈스쿨링에서 벗어나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학교에 다니면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다루고 있다.   

27번의 성형수술을 하면서 견뎌내는 법을 배운 '어기'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고 무서워하는 모습에는 적응하기가 힘들다. 이런 그에게 다가온 같은 반 친구 잭 윌(노아 주프)에게 어기가 마음을 쉽게 내어준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는 안면기형증을 앓고 있는 ‘어기’의 아픔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기의 주변 인물들의 아픔과 결핍에 대해서 심도 깊게 다룬다. 헬멧을 쓴 아이가 서 있는 포스터 한 장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영화 <원더>를 보고 예상했을 법한, 관객이 어기가 겪게 될 차별에 가슴아파하며 눈물 쏙 빼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영화는 ‘어기’의 시선으로만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는다. 이게 가능한 것은 챕터별로 어기의 누나 ‘비아’의 입장, 어기의 첫 번째 친구인 ‘잭 윌’의 입장, 비아의 절친한 친구였던 ‘미란다’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숨겨진 것을 서서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겉으로 보여지는 상황이 다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영화 <원더>의 연출 방식 덕분에 각 등장인물들의 사연도 입체적으로 그려져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어기의 누나 비아는 유치원 때부터 단짝이었던 미란다가 자신이 아닌 다른 그룹의 아이들하고 노는 것이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이런 궁금증을 안은 채 미란다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챕터에서는 이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아빠가 바람을 핀 터라 엄마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미란다는 비아의 사랑스러운 가족이 부러웠다. 그녀에게는 안면기형인 어기의 얼굴은 문제가 되지를 않는다. 그녀의 눈에는 사랑스럽고 다정한 가족들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여름 캠프에서 알바를 하면서 비아의 가족을 자신의 가족으로 거짓 소개한다. 브라운스톤 대저택에서 살며 자상한 비아의 부모님(줄리아 로버츠, 오웬 윌슨)과 다정한 비아 그리고 장애를 딛고 씩씩하고 밝게 사는 어기의 모습을 그려내자 그녀는 캠프에서 인기 있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비아의 삶을 훔친 거라 캠프에서 돌아와 집에 돌아왔을 때 비아를 마주볼 자신이 없어 그녀를 피해 다닌다.
 
잭 윌의 에피소드에서는 처음에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교장선생님의 부탁으로 어기의 친구가 되었지만 서서히 어기의 영특함과 재치어린 성격에 반하고 그를 최고의 친구로 꼽는다. 하지만 할로윈 때 옆에 어기가 있는 줄 모르고 그의 얼굴에 대해 조롱을 하는 바람에 어기는 그가 자신을 동정했다고 오해한다.
 
 

                                                                         영화 <원더> 스틸컷ⓒ CGV 아트하우스

 

물론 어기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롭히는 친구들도 있다. 단체 사진에 있는 어기의 모습을 컴퓨터로 삭제하는 등 악행을 저지른 줄리안과 그의 부모들를 면담하는 과정 속에서 어기의 삶이 녹록치 않음을 예상하게 한다. 교장선생님은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그들에게 ‘어기는 외모를 바꾸기 힘들고 우리가 보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을 하지만 그들은 줄리안의 전학을 결정한다.
 
타인에 모범이 된 학생에게 주는 상인 헨리 워드 비처 상을 어기가 받게 된 상황도 ‘위대함은 강한 힘이 아니라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데서 온다.’는 교장 선생님의 신념 덕분이다. 타인의 마음을 울리고 용기를 북돋는 역할을 어기가 해냈다. 그리고 이는 감독이 관객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이며 관객이 어기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때로는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스스로를 변화하는 계기가 된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말이다.
 
영화 <원더>에서는 외모 때문에 친해지기 힘들어하던 잭 윌이 서서히 어기의 매력에 빠져 그의 진가를 알아보게 된 것처럼, 친한 사람들하고 지내고 싶다는 썸머의 말에 마음을 열게 된 어기처럼 그들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
 
영화 <원더>는 ‘어기’와 비슷한 여자아이를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만난 그래픽 디자이너 R. J. 팔라시오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된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전 세계 8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원더> 원작에 전작 영화 <룸>으로 크리틱스 초이스 신인상 등 각종 상을 휩쓴 제이콥 트렘블레이와 각각 엄마 ‘이사벨’과 아빠 ‘네이트’로 열연한 줄리아 로버츠와 오웬 윌슨의 잘 어우러진 호흡이 얹혀져 2018년 국내외의 놀라운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