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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방송, 유투브 리뷰

도심 한복판 싱크홀 현상... 어이없게도 일자리가 늘어났다

by 고고와 디디 2019.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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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메기> 포스터ⓒ ⓒ (주)엣나인필름 , CGV 아트하우스 


영화 <메기>는 병원을 단숨에 어수선하게 만든 19금 엑스레이, 도심에 갑자기 등장한 싱크홀, 그리고 지구의 위험을 알려주는 '메기'에 대해 다룬다. 서로 다른 에피소드를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믿음'에 대해 다각도로 다루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한다. 
 
이야기는 마리아 사랑병원에서 누군가 민망한 장면을 몰래 불법촬영 하면서, 남겨진 엑스레이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된다. 당황한 병원 속 직원들은 연이어 결근한다. 간호사 윤영(이주영 분)도 소문의 주인공이 자신과 남자친구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해 병원에 다시 출근하기를 두려워 한다. 부원장 경진(문소리 분)은 이 낌새를 알아채 윤영에게 퇴사를 종용하지만 윤영은 다시금 출근을 결심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출근한 날에 부원장 외에는 출근한 직원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사태에 대해 윤영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직원들이 결근을 선택했다는 부원장에게 직접 직원들을 만나 실제 아파서 결근했는지 혹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방법으로 결근을 선택했는지 확인해보고자 한다.
 
도심 한복판에 갑자기 등장한 싱크홀은 아이러니하게도 실업자였던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게 된 계기가 된다. 간호사 윤영의 남자친구인 성원(구교환 분)이 백수였다가 이 일을 잡으면서 실업을 면하게 되는데 일하던 중 반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후 우연히 후배의 발가락에서 자신의 것과 비슷한 반지를 발견하고 같이 일하던 그를 의심하게 된다. 
 

                                                                   ▲영화 <메기> 속 장면ⓒ (주)엣나인필름 , CGV 아트하우스

 
간호사 윤영은 남자친구를 믿지 못해 그의 전 여자친구를 만나 그에 대해 캐묻고 그녀에게서 남자친구가 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된다. 앞서 의심하기보다 직접 묻는 방법을 택한 그녀가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진실을 확인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간호사 윤영의 일터에서 일어난 일, 그녀와 가장 가까운 남자친구에 대한 불신 등을 통해 <메기>는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거짓 같았는데 진실일 때도 있고, 정말 진실 같은데도 거짓이었던 그런 순간들"을 영화에 잘 녹여내면서 누군가를 믿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려준다.
 
메기가 그들의 좌충우돌을 지켜보며 이야기하는 장면은 판타지스럽다. 그럼에도 영화 <메기>가 현실에 대해 가장 적확하게 그려내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지금 현재를 살아내는 우리들에게 닥친 이슈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메기> 속 장면ⓒ (주)엣나인필름 , CGV 아트하우스


싱크홀이라는 재해에도 일자리를 얻었다는 이유로 한시름 놓는 성원의 모습과 불법촬영으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태, 그리고 이러한 사태의 피해자이면서도 범인을 색출하지 않고 숨어 있으려고 하는 피해자의 모습에서 현실 속에서 경제적, 심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꼼꼼이 그려내고 있다.
 
2019년에 개봉된 영화 <메기>는 일찌감치 < 4학년 보경이 >(2014)를 통해 국내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독립영화계의 주목받는 신예 감독으로 낙점된 이옥섭 감독의 작품으로 제23회 판타지아영화제 베스트 데뷔상 특별언급, 제44회 서울국제독립영화제 관객상, 오사카아시안필름페스티벌 대상 수상을 비롯해 제48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제37회 뮌헨국제영화제, 제18회 뉴욕아시아영화제, 제21회 타이베이영화제 등 유수의 해외 영화제까지 휩쓸었다.
 
국내 언론이 "전형적인 서사 문법에 얽매여 있지 않으면서 느슨하게 이어진 것처럼 보이는 에피소드들을 재기 넘치게 연결한다"한다는 평가처럼 현실 그대로 그려내면서도 기존의 어둡고 암울한 화법이 아닌 경쾌하고 허를 찌르는 작법을 통해 믿음에 대한 이야기, 현실에 대한 풍자를 했다는 점에서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