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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리뷰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생, 그래도 인간답게 살기를

by 고고와 디디 2019.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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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 들어가면 가능하면 오랜 기간 활동하려 한다. 그래야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성격도 잘 파악할 수 있고 친해질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팔 할은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흘러간다.

내가 좋아하는 유형은 단순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눈에 잘 보이는 유형이다. 그들이 원하는 거, 싫어하는 것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끝나면 나의 흥미를 끄는 인물인지 아닌지를 넘어서 어떻게 해야 잘 지낼 수 있는지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서 내가 선택한 인연에 대해 최선을 다해 유지하려고 노력을 한다.

소설 <일곱번째 배심원>에도 너무나도 속이 쉽게 보이는 국선 변호사 김수민이 나온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그녀를 조종하려고 하는 남자 검사 윤진하가 나온다. 분명 이 소설은 화산역 노숙자 상해치사 사건을 다루지만 유독 속이 훤히 보이는 김수민과 그녀의 가치관이나 호불호를 꿰뚫어보는 윤진하가 그녀를 어떻게 활용할까에 대해 관심이 간다. 
 


카카오페이지와 CJ ENM이 주최한 제 2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 만장일치로 당선된 작품인 만큼 윤홍기 작가가 쓴 소설 <일곱 번째 배심원>은 흥미진진하다.

노숙자 상해치사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인 것 같다 싶으면 출세욕에 목마른 검사 윤진하의 분투기이고, 초짜 변호사 김수민이 세상의 험난함을 배워가는 성장기도 나온다. 그리고 국민참여재판에 일곱 번째 배심원으로 참여한 미스터리한 인물, 전직 대통령인 장석주가 이 모든 이야기를 가능케 하는 동력이 된다.

함께 윤진하 검사와 일하던 이향숙은 그를 이렇게 평한다.
 

윤진하는 그토록 원하는 권력자가 결코 될 수 없을 것이다. 권력자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버려야 함에도 끝내 버리지 못하는 한 가지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끄러움. 그것이 바로 권력자들에겐 없지만 윤진하에게는 있는 한 가지였다. 

 
중위권 대학 출신으로 검사 윤진하는 서울 대검찰청으로 입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초짜 변호사 김수민과 그녀의 힘이 되어주던 장석주를 꺾고 국민참여재판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그가 노숙자 상해치사 사건의 허점을 발견하게 되면서 억울하게 범인이 된 강윤호를 구하려 김수민을 설득해 항소를 준비하는 것은 바로 이 부끄러운 감정 때문이었다.

추리소설인데도 책을 읽는 동안 등골이 서늘해지고 자주 멈칫했던 것은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얼마나 윤리적인가에 대한 질문 때문이었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맞닥뜨릴 수많은 선택지 중에 윤리적인 잣대 때문에 내가 멈춰서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는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다보니 아찔해졌다. 그리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더라도 나를 멈춰주는 순간을 묵과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한번 하게 된다.

외압에 의해 범인이 한순간에 바뀌는 사태를 그린 소설 <일곱번째 배심원>은 의외로 낄낄대며 읽어갈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속이 훤히 보이는 김수민을 설득해 윤진하가 항소를 준비하는 장면을 보면서 뒤늦게 자신의 양심에 굴복한 윤진하의 매력에 빨려들어갔기 때문일 테다. 
 

김수민이 생각하는 윤진하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덫을 놓는 것은 물론, 그로 인해 그들이 다치고 상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 인간 말종일 것이었다.
윤진하는 김수민을 설득할 유일한 방법은 어설픈 변명이나 섣부른 반성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도 김수민은 윤진하를 다시 인간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그녀가 품었던 희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일깨워주는 것. (p. 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