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결혼 이야기> 포스터ⓒ 넷플릭스
노아 바움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2019년작 영화 <결혼 이야기>를 본 순간, 감독은 이 장면을 클라이맥스로 고정하고 남은 이야기를 써내려 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 니콜(스칼렛 요한슨)과 남편 찰리(애덤 드라이버)는 이혼을 앞두고 있는 상태. 니콜은 결혼 후 찰리의 연극 연출가인 인생에 맞추느라 바빠서 배우로서 자신의 꿈을 저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경력 쌓기를 위해 뉴욕 브로드웨이에 살기를 고집하는 찰리에게 자신의 의견 따위는 듣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에 찰리는 언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해 따지지만 정작 그녀가 배우로서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자 LA에서 살자는 의견은 여전히 수용하지 않는다.
제3자인 관객이 보기에 니콜은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주장하지 못하고, 찰리는 자신만 생각하느라 스스로에게 손해가 될 선택을 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들이 결국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면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다가 울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공감했다. 서로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그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이다.
▲영화 <결혼 이야기> 속 장면ⓒ 넷플릭스
영화는 니콜이 찰리의 장점을 읽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이혼을 앞두고 조정관의 상담을 받는 두 사람은 서로의 장점을 쓰고 직접 읽어보라는 과제를 받는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니콜은 찰리의 장점을 읽지 못하겠다고 거부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과제를 수행했다면 서로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힐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감독은 장점을 쓴 종이를 서로에게 읽어주는 형태가 아니라, 혼자 또는 아이가 읽도록 하고 내레이션 형태로 영화의 처음과 끝에 이를 배치했다. 하지만 니콜은 읽기 앞서 이를 거부했다.
결혼하면 해피엔딩이란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결혼부터가 시작이다. 결혼 전보다 몇 배로 노력해서 가꿔야 하는 것이 결혼 이후의 삶이다.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피력하지 못하는 니콜이 문제가 아니다. 니콜은 승승장구하는 남편의 미래를 지지하기에 쉽사리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지 못했을 뿐이다. 찰리 역시 개인의 성공이 가정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성정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결과가 됐다. 그러지 않으려면 끝이 보이지 않는 평행선 같은 싸움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평생 끝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이겨내야 한다. 서로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를 가볍게 여겨서 섭섭하다는 그 지점까지 인지했을 때 그제야 결혼 후 삶은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앞서 보여준 것처럼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독한 말까지 하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감독은 영화 제목을 <이혼이야기>가 아니라 <결혼이야기>라고 지었을 테다.
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의 섬세한 연기에 힘입어 영화 <결혼 이야기>는 이미 베니스, 토론토, 부산국제영화제까지 전 세계 영화제에 초청되어 평단의 관심을 받은 상태이다. 봉준호 감독도 "올해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라고 극찬한 이 영화는 현재 넷플릭스에서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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