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표지ⓒ 문학동네
학창시절 때는 반이 바뀌면 또 누구랑 단짝이 되어야 하는가가 큰 고민이었던 것 같다. 셋이 놀 때는 그 중 두 명이 친하고 남은 한 명은 뒤쳐져 있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두 명이 짝을 이루어 활동할 때면 늘 마음고생도 했던 기억이 있다.
소설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에서는 어릴 적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갓 중학교 2학년이 된 여자아이 다현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자신을 '작고 연약한 듯 보이지만 굳건한 생명체'인 체리새우와 비슷하다고 소개하는 다현은 ‘은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끝에 이번 학년에서는 다섯손가락 친구들 멤버 중 한명이 되었다. 평소 따지기를 좋아해서 ‘진지충’이라는 별명까지 있는 그녀는 멤버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렇게 노력해도 멤버들 5명 중에서는 제일 겉도는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한 그룹에 끼어있어 학교 활동하는 것이 안정적이어서 안심이다.
소설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는 제 9회 문학동네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우관계를 소재로 자신에게 맞는 교우관계를 어떻게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인가 길잡이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다현이 어렵게 들어간 다섯손가락 친구들 멤버와 모둠활동으로 새롭게 인연을 만들게 된 친구들과의 교우관계를 대비시킨다.
아람이, 병희, 미소, 설아 그리고 다현으로 구성된 다섯손가락 멤버들 사이에서는 '밉상 명단'이 있는데 이는 이 멤버들이 대놓고 싫어하는 아이들의 이름들이다. 밉상 2위인 은유와 함께 모둠활동을 하게 된 다현은 다섯손가락 멤버들의 눈밖에 나기 싫어 은유와 함께 해야 하는 모둠활동도 빠지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은유의 집에서 모둠활동을 하면서 점차 은유에 대해 알아간다.
은유에게는 엄마가, 다현에게는 아빠가 없다는 사실, 둘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는 점 등 다현은 은유와 비슷하는 점을 하나둘씩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이미 다현은 은유와 친구가 될 준비를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 자신에게 맞는 교우관계란 자신의 아픔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위로해줄 수 있고 취미가 비슷한 친구를 찾아다니는 끝에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소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은 다현이 은따에서 탈출해 자신에게 맞는 친구들을 찾아가는 여정처럼 요약할 수 있다. 작가는 다현이 진정한 의미의 교우관계를 형성해 가는 것을 자세하게 다룬다. 가령 은유를 알기 전에는 여기저기서 전해들어온 정보에 기반해 그녀를 판단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직접 그녀와 함께 시간을 같이 보내며 그녀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가면서 그녀에 대해 알아간다. 진정한 의미의 교우관계란 이렇듯 남에게 듣는 것이 아닌 직접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은유 뿐 아니라 시후, 해강와 함께 모둠활동을 하면서 다현은 작은 선물 하나에도 감사해하고 가지고 있는 것을 베풀려고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본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비난하거나 튕겨내는 아이가 없다는 점도 느낀다. 이는 다섯손가락 멤버들과는 다른 점이다. 다섯손가락 멤버 중 아람이 은유를 미워한 것도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이 이토록 쉬울 수 있는가 의문이 들었다.
사실 제일 먼저 은유를 미워한 것은 아람이였다. 원래 그렇다. 누구 한 명이 ‘그 애 좀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씨앗을 뿌리면, 다른 친구들은 ‘이상하지, 완전 이상해.’라며 싹을 틔운다. 그다음부터 나무는 알아서 자란다. ‘좀 이상한 그 애’로 찍혔던 아이는 나중에 어마어마한 이미지의 괴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p.52)
이것뿐이 아니다. 다섯손가락 멤버들과 있을 때는 항상 다현은 햄버거 셔틀, 콜라 셔틀 등 셔틀 전문이었다. 친구로서 대접받기 보다는 봐줘서 껴준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에 비해 모둠 활동 친구들은 서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다현은 점점 자신에게 맞는 친구들이 누구인가를 알게 된다.
은유가 모둠 활동을 위해 자신의 집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다현이 거짓과 진실이 혼재된 남의 입에서 알게 된 정보로 계속 은유를 판단했다면 사랑에 대한 정의를 '기억해 주는 것, 이게 사랑이래.'라고 멋지게 이야기해주는 은유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다현이 엄마에게 교우관계는 어떤 것인가 물어볼 때 엄마는 ‘살다보면 멀어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만나기도 하고 인간관계가 다 그래.’라고 말해준다. 원만하지 않은 교우관계로 고민이 많던 학창시절 때 이 말을 들었다면 나의 학창시절은 조금 나아졌을까?
다친 마음을 추스르기도 힘든 시절이었기에 와 닿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만큼 교우관계란 학창 시절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었으니까. 다현은 운좋게 좋은 친구들을 뒤늦게 만나서 함께 성장했지만 이러한 운은 쉽게 오지는 않는다. ‘나’를 파악하기 보다는 친구들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을 했던 기억이 더 많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용기 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파악할 때 나에게 맞는 친구도 찾을 수 있다.
'Review >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명작가가 하루아침에 절필을 선언한다면? (0) | 2020.02.10 |
---|---|
느닷없는 퇴직 통보, 어떻게 해야 했을까 (0) | 2020.01.01 |
한국 소설에도 하이퍼리얼리즘이 있다? (0) | 2019.12.24 |
읽다 보니 타인들에게 힐링 받는 묘한 책 (0) | 2019.12.16 |
읽고 나니, 할리퀸 로맨스와는 달랐다. (0) | 2019.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