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서 고스트 엄마 유리는 드라마를 끌고 가는 핵심 인물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유리는 시청자들의 엄청난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행동과 말을 보면 그 사람이 지닌 가치관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이 드라마는 설명보다는 직접 그 인물에 대해 보여주는 작법이 대단하다.
아이를 낳자마자 아이와 남편과 이별했는데 다시 살아났을 때 그들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왜 없겠는가. 엄마, 아빠, 동생에게 당장 달려가서 나 살아 있노라고 말하고 싶은 게 왜 간절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유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가 지인들에게 인지되는 순간은 우연히 들킨 경우일 뿐이다.
유리는 왜 그런 것일까? 극이 진행되면서 점차 알려주는 그 이유를 보여주면서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까놓고 말해 그녀는 그녀 자신보다 남편을, 그리고 딸을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집안에 있는 지박령 때문에 또는 자신이 귀신이 된 순간부터 쭈욱 같이 집에서 지낸 터라 딸이 귀신을 보게 되었다고 판단한 유리는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아이를 자유롭게 하고자 그녀에게서 그 능력을 지우고자 하는 게 그녀의 삶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아이가 있는 유치원에 주방보조를 들어가 아이 곁에서 사랑을 주는 건 물론 하원도우미까지 자청해 집에 있는 지박령을 내쫓으려는 계획을 세운다.
남편은 어떠한가. 그가 유리를 잃고 나서 5년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아는 유리로서는 이제는 더 이상 그가 울지 않았으면 한다. 재혼하게 된 민정 덕분에 오랜 슬픔을 지워내고 웃기 시작한 남편의 삶을 다시 헝클어 놓고 싶지 않다.
49일 안에 유리가 제자리를 찾으면 계속 인간으로 살 수 있는데 그저 아이와 남편만 행복하면 된다는 그녀가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와 같은 반응은 그녀의 절친인 현정이 이를 대변한다. 절친이 49일이 지나면 또 사라진다.? 현정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다. 그녀를 어떻게든 설득하고자 하는 그 간절한 마음이 화면 가득 채운다.
남편과 아이를 위한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주고 하늘로 가려는 유리와 유리를 두 번 잃고 싶지 않아 그녀를 잡아 세우는 그녀의 지인들의 실랑이가 계속해서 보일 듯하다. 이 실랑이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기 때문에 이래저래 가슴이 아플 것이다.
남편을 위한 배려는 그의 아내에까지 확대된다. 그저 민정만 보면 뭐라도 해주고 싶은 유리는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귀신일 때부터 자신의 아이, 남편 뿐 아니라 민정의 애환도 함께 알게 되었기 때문이며 그녀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귀신 보는 능력 없이 제 나이 또래처럼 밝게 자란다면, 유리는 그것밖에는 바라는 게 없다. 자제력이 강한 캐릭터이다. 이제껏 환생 스토리에 약간 변주한 캐릭터가 무대 중앙에서 활개지는 터라 드라마가 결이 남달라 졌다. 이런 이유로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다시 떠나는 비극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몇초 정도는 그 슬픔을 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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