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 오영우가 갑작스레 은섭과 해원 사이에 비집듯이 들어와요. 총동창회를 핑계 삼아 오영우는 해원을 보러 오는 거죠.
처음에는 해원을 좋아하는 오영우가 그녀에게 늦게나마 고백하러 오는 것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드라마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해원에 잠깐 머물다 간 꽃이었던 오영우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해원이를 구렁텅이에서 구해준 일화이기도 합니다.
엄마 사건이 (보영이로 인해) 일파만파 학교에 퍼지면서 해원은 곤혹을 치루고 있었어요. 사물함 테러뿐 아니라 밥도 혼자 먹게 되었죠. 그런 그녀를 안쓰럽게 쳐다보던 남자아이가 있었죠. 그는 오영우였어요. 그는 혼자 밥먹는 해원 곁으로 가 함께 밥을 먹어요. 항상 끼고 있던 헤드폰도 벗어던지고요. 그렇게 사막이었던 해원이의 마음을 한순간에 정원으로 만들어버린 남자아이가 바로 오영우였어요. 이후 학생들은 조금씩 해원이가 마음을 열게 되고 해원이는 나쁘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해원이는 오영우의 고백은 받아주지 못하지만 그때그시절 오영우에게 고마웠다고 말합니다.
그녀의 마음을 온통 차지한 것은 그녀가 혹여 밤에 어두워서 힘들까봐 꺼져버린 전등을 고쳐주며, 그녀의 발이 힘들까봐 운동화를 사준 그리고 그녀가 새긴 문신에도 관심을 가져다주는 은섭이였어요.
그녀가 그에 대한 감정을 확인한 것은 은섭이가 갑자기 사라진 날, 그를 찾아 산에 들어가 그를 미친 듯이 찾던 날이였죠. 마침내 그를 찾는 순간 발이 풀려버린 해원은 자신이 은섭을 좋아하게 되었음을 직감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참 추웠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드라마는 조금 전개가 느린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이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해원이와 은섭이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아요. 그리고 속내도 드러내지 않죠. 하지만 그들은 서로 만나면서 조금씩 생각하는 바, 힘든 점을 토로하고 있어요. 그들 마음 안에는 곪아 터진 상처들이 너무 많아요. 그것들을 하나둘씩 꺼내다보니 스토리텔링 면에서 부족해 보일 수 있어요. 이제까지 해원의 아픔이 하나씩 풀어보여졌다면 7회부터는 은섭의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이 드라마는 이렇듯 등장인물에 대한 애정 없이는 보기 힘들어요. 그만큼 그들의 상처를 끝까지 파헤치는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그 끝엔 그들의 치유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각자 갖는 상처도 함께 위로해주게 될 것입니다.
해원과 은섭 역의 박민영, 서강준 배우들은 그 깊이를 표현하기에 적격인 배우들이죠. 느린 전개에도 한 장면도 놓치지 않는 저와 같은 시청자들이 있는 이유도 바로 그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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