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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방송, 유투브 리뷰

[리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5화. 은섭, 해원이 사람을 대하는 자세

by 고고와 디디 2020.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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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섭과 해원은 비슷한 면이 꽤 많아요. 말을 아끼는 편이죠. 궁금한 게 있어도 이야기할 때가 기다려주죠. 상대방이 말하길 원할 때까지요.

해원은 과거 엄마가 아빠를 고의로 차로 쳐서 죽게 만든 사건으로 7년간 복역한 전후 사정에 대해 묻지를 않아요. 복역 중에 왜 한번도 해원의 면회를 원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해원이 보낸 편지에 왜 답을 안하는 지 묻지를 않아요. 꾹꾹 마음 속에 눌러 담은 질문들을 참아내다 이번에 느닷없이 고향에 내려온 엄마를 보고 폭발해버렸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돌려 말하죠.


나 지금 엄마한테 아무것도 묻지 않았잖아

내가 뭐 엄마한테 물어본 적 있어?

엄마가 지금 누구와 사는지 

혼자 사는지 왜 나랑은 안사는지

왜 우리는 가족이라면서 

왜 1년에 두번밖에 안보는지 안묻잖아

왜 내 면회는 한번도 받아준 적이 없고

왜 내 편지는 답장 한 번 안하는지

왜 그때 왜 그때 아빠한테 그렇게 했는지

내가 아는 이유가 맞는지

 

진짜 죽인건지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데

아빠한테 미안해서 감옥이라도 

갔다오기라도 한건지 

나 묻지 안잖아 안그래?


 
​ 나도 그때 힘들었다고

나도 그땐 마음이 아팠다고

나도 그땐 엄마만큼은 아니더라도

진짜 죽고싶었다고

진짜 어디가서 엉엉 울면서 뭘 잘못했는데

이런 벌을 주실까 이렇게 묻고 싶었는데

그런데 그러지 않았어

그럴 사람이 없었거든 

다들 자기 아픔 챙기느라 

날 버리고 갔잖아 혼자두고

그래서 나 엄마가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거

되게 어색하고 불편해 그러니까 내일 가

그리고 다음부턴 올때 미리 연락하고


소리쳐야만 그 사람의 절절함이 묻어나오는 건 아닙니다. 한번쯤 엄마의 지옥 같았던 마음이 어땠는지 알고 싶었던 해원은 그저 그동안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 토로할 뿐입니다.

은섭 역시 해원이 그토록 싫어하는 보영이와 만난 이유에 대해서도 구구절절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해원이 보영이 한 말을 전해 듣고 느낀 그녀의 마음에 대해 궁금해할 뿐이죠. 그리고 싫다는 자신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는 보영 때문에 기분이 불편하다는 그녀의 말 한마디에만 집중합니다. 그녀에게 보영이와 잘 지내라는 훈계도 하지 않아요. 그저 그녀가 말하는 그녀의 생각만 말없이 들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녀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멋진 영화관을 제공해주죠. 그리고 즐겁게 영화를 보는 그녀를 말없이 바라봅니다.

이 드라마는 줄거리라고 할 것이 없어요.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드라마도 아니죠. 그럼에도 한 장면이라고 놓칠 수 없는 까다로운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은섭과 해원이 자신의 말을 아끼고 또 아껴서 그들이 말을 할 때면 집중해야 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항상 드라마 말미에 있는 에필로그에 담긴 은섭의 글들을 열심히 찾아볼 수 밖에 없죠.

그럼에도 힐링을 받아요. 그들이 꾹꾹 눌러담은 진심이 불쑥불쑥 나오기 때문입니다. 해원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영화관을 꾸며주는 일도, 해원이 엄마의 마음을 알고 싶어도 집요하게 물어보지 않는 모습에서 느낍니다. 이들이 얼마나 사람들을 귀하게 대하는지, 얼마나 아끼는 지 그 마음을요.

그외) 원작은 이도우 작가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지금 은섭이의 책방일지도 함께 볼 수 있어요.

https://coupa.ng/bw85Gn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드라마 방영 기념 한정판):이도우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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