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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방송, 유투브 리뷰

연인과 헤어진 뒤 게임으로 부자된 남자,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by 고고와 디디 2019.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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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먼 훗날 우리> 포스터ⓒ 넷플릭스 


영화 <먼 훗날 우리>는 친구에서 시작해 연인으로 발전한 '린젠칭'(정백연)과 '팡샤오샤오'(주동우)의 사랑을 그린다. 과거 베이징에서 열렬하게 사랑했던 2008년과 현재 북경행 비행기에서 운명처럼 재회한 2018년을 교차편집해 보여주면서 그들의 사랑이 해피엔딩이 아님을 암시한다. 

영화에서 게임은 중요한 소재다.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젠칭이 샤오샤오와 함께 하기 위해 꿈을 포기한 채 관련없는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이유를 잘 설명한다. 직장에서 잘리고 월세집에서도 내쫓기는 상황 속에 게임만 하는 모습에 질려 그에게서 샤오샤오가 도망가는 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도망친 샤오샤오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젠칭은 기를 쓰고 게임을 만든다. 그리고 그는 꽤 많은 돈을 손에 쥐게 된다.

게임 시나리오에는 샤오샤오와의 사랑과 그녀를 그리워하는 그의 절절한 마음이 스며들어 있기에 게임 유저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현재는 흑백 화면으로 과거는 컬러 화면으로 설정한 것은 이 게임 시나리오와 무관하지 않다. 영화에서는 샤오샤오와 젠칭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샤오샤오는 "남자가 여자를 못 찾으면 어떻게 돼?"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젠칭이 "이언이 켈리를 끝내 못 찾으면 세상이 온통 무채색이 되지"라고 말한다. 
 

                                                                           ▲영화 <먼 훗날 우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이 대화는 게임 시나리오에도 적용되었을 뿐 아니라 영화 속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연출이 되어버렸다. 현재 우연히 재회한 후 자신의 가정을 꾸린 젠칭과 샤오샤오가 담담하게 자신들의 과거이야기를 나누는 데 흑백 화면이란 점이 오히려 담담한 감정 밑에 꾹꾹 눌러놓은 감정을 극대화하는 느낌이다.

서로에게 사랑이었지만 인연이 아니었던 젠칭과 샤오샤오의 모습에서 그들의 절절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시절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들이 함께했던 2008년을 꼽을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연이 아니어서 옆에 없다 해서 기억마저 지워지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들의 사랑을 지지했던 젠칭의 아버지 역시 눈이 잘 안보이는 순간에도 죽기 직전까지도 샤오샤오를 그리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랑에는 변수가 있어서 사랑하는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서로에게 집중해야 한다. 젠칭은 샤오샤오와 함께하기 위해서 자기의 꿈을 포기할 때도, 헤어지는 순간에도,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게임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사업에 성공해 그녀와 살 집을 구해놓지만 그녀에게 퇴짜맞는 등 우여곡절을 겪을 때도 온 힘을 다해 샤오샤오에게 집중했다.

예측하기 힘든 것이 사랑이다. 내가 사랑했던 그가 현실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기 싫기도 하다. 연애를 할 때도 고통스럽고 번민할 만한 조짐이 보이면 도망가기 바쁘던 내 모습을 생각하면서, 젠칭과 샤오샤오가 보여준 한 차례의 연애를 보면 용감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했기에 재회를 해서도 서로가 담담하게 남들 얘기하는 것처럼 그들 자신의 연애를 술회할 수 있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