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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리뷰

아감벤 장치란 무엇인가

by 고고와 디디 2016.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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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감벤은 수년 전 순식간에 나의 인생을 땅바닥으로 곤두박칠할 뻔한 그 시간, 그 장소로 나를 데려갔다.

...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를 수십번도 더 상상했던 그 나날들...

아감벤은 장치를 이야기하는데 이건 기술만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언어, 제도, 미디어 등 인간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것들

을 다 포함한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 중 회사가 사람들의 최대치를 뽑아내려고 고안한 룰에 대한 것이다.

과거 사회생활을 할 때 난 야근을 해야 하고 시키는 일은 군말없이 해내야 되고, 불합리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좋은 것은 좋은

라고 넘어갈 수 있는,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룰에 대해 지독히도 숨막혀했다.

부끄럽게도 그당시 난 그 룰에 반항하여 큰 틀을 바꾸고자 하던 용기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룰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한 게

그 안에서 살다보면 무감각해진다. 룰이라는 게  최대의 이익을 뽑아내기 위해 상사도 어쩔 수 없이 불합리한 일을 아랫사람

에게 시키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다. 이런 생각이 사에 나오고 나서야 참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알게 다.

아감벤은 자신이 속한 시대로부터 거리를 두면서도 들러붙으면서 시대와 관계 맺는 동시대인이 되기를 권고한다. 이거 쉽지

않은 일이다. 현실 속에 매몰되지 않고 끊임없이 비판해야 하기에 아감벤은 동시대인을 시대의 어둠을 보는 자라고 말했을 터.

나를 힘들게 했던 룰에 희생되던 그곳에서 빠져나오면서 결심한 바가 있다. 내가 겪은 혼란을 소설화하겠다는 다짐.

근데 쓸 수록 픽션이 아닌 다큐가 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들을 묵혀놓다 아감벤의 장치란 무엇인가를 읽고 나서야 방향이 보

인다. 그 당시 좀 더 상사의 비위를 맞추고 그들이 원하는 룰 안에서 이중 삼중으로 얹혀지는 일들을 밤을 새서라도 해냈더라

면...라는 생각을 버리고 나서야 내가 가야 할 방향이 보였다. 누구 말마따나 인간 이하의 삶을 살다 찍소리 못하고 모욕을 스

스스로 정당화하면서 살아가다 유령이 되기 전 아감벤의 '장치란 무엇인가'를 만나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