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책 리뷰

윤이형 작가의 <붕대감기> 리뷰, 소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고객에게 추천하고 고민에 빠진 헤어디자이너의 이야기

고고와 디디 2020. 6. 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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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디자이너로서는 손님이 신경쓰이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소설 <붕대감기>에서도 해미의 이런 직업성 특성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동시에 해미의 성향을 그녀의 사유를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소설 초반부터 이번 소설은 필사가 많을 거라는 나의 예감은 적중했다.

패션지 대신 소설을 읽는 손님을 위해 해미는 소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추천했드랬다.

이후 손님이 안 오자 왜 안 오는 지 궁예를 하는 대목에서는 해미가 어떤 사람인지 잘 드러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이 책도 분명히 좋아할 거야. 생각하고 제법 큰 용기를 내서 선물한 건데 역시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책이 그렇게 무시당할 만한 책인가? 그렇지 않았다. 절대로. 할레드 호세이니는 그런 대접을 받아도 좋은 작가는 아니지 않은가. 신간이 아니고 스테디셀러라서 싫었을까? 아니면 내가 추천해준 책이라서? 뭐 별로였을 수도 있지. 하지만 다시는 안 올 만큼 그렇게 별로였을까?

해미는 뒤늦게 기분이 나빠졌다. 타인들을 향해 자신의 취향을 드러냈다가 머쓱해지는 일이 해미에게는 종종 일어났다. (p.11)


 

나중에 손님이 사정이 드러나면서 해미의 이런 사유는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이 소설은 이런 식이다. 사람들이 제각각 자신의 잣대로 상황을 판단하는  것을 보여주지만 실상 그게 진실은 아니라는 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하지만 우스꽝스럽기 보다는 해미라는 사람에 대한 묘사가 세련되었다고 생각한다.

설명하기 보다는 보여주기 식의 이런 작법은

해미라는 인물을 통해 옆에 있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