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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우먼, 결혼 후 육아와 커리어를 야무지게 지키려고 하는 한 여자가 있었다.
단 하루, 아이를 할아버지와 할머니 댁에 맡기고 눈썰매를 타고 간다는 소리에 안심한 그 하루,
아이가 원인 모를 병으로 의식을 잃게 된 그 하루.
그녀는 자신이 아이를 돌봤다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자책을 하기 시작한다.
딱 한 명만 속내를 터놓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그녀가 결국 멈춰선 곳은 미용실이었다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그녀의 그 쓸쓸함이 나에게까지 배여온다
불이 꺼진 미용실 건물 외벽에는 커다란 전신 거울이 붙어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관리의 필요성을 느낀 고객들이 머리를 하러 들어 오라고 설치해둔 것이었다.
은정은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엉망으로 길어져 흐트러진 머리,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다리를 절뚝이며 다가오는 혼자만의 긴 싸움에 지친 여자가 거기 있었다. 누군가가 머리를 감겨 주었으면 좋겠다고 은정은 생각했다.
긴 의자에 누워 목의 긴장을 풀고 머리채를 편하게 맡기고 따뜻한 물줄기와 부드러운 손가락의 감촉을 두피에 느끼고 싶었다. 영양제 서비스로 넣어드릴게요. 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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