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책 리뷰

소설 ‘붕대감기’ 리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달라졌을 뿐인데 변화를 대뜸 눈치챈 친구

고고와 디디 2020. 6. 1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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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붕대감기>를 읽다가 가장 놀랐던 대목은 SNS에 올린 글로 인물들의 심경변화를 묘사한 부분이다.

이게 찐 소설이지.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천재적인 작가의 문체이다.

남다른 관찰력과 그것을 표현해낼 줄 아는 문체,

두 개를 동시에 가진 작가를 찾기란 쉽지 않은 데 말이다.

 


세연이 달라진 것은 3년쯤 전부터였다.  세연이 갑자기 계정을 닫았다. 몇주 후 다시 계장을 연 세연은 더 이상 일상 포스팅을 하지 않았다. 공유하는 글들의 성격이 달라졌고, 자주 댓글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달라지더니 쓰는 글들의 결도 달라졌다.

 

대단히 건조한 어조로 자신이 기획하고 있는 책과 출판사에서 앞으로 나올 책들의 소식을 전하거나 여성주의 관련 글들을 공유하거나 이슈들에 관한 의견을 피력하거나 하고 싶은

 

지금 당장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그래서 짜증나는 그래도 죽도록 하고 싶은 그래서 우울한 일들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했고 앞으로 분명히 할 일들에 대해서만 짧게 또박또박 적어 올리는 세연을 보면 진경은 자신도 모르게 ‘미스트’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칙칙 소리가 나게 미스트를 뿌려주고 싶었다.

(p.6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