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복분자를 쏟아 벽지가 붉은 색깔로 지저분해졌다.
소설<입동>은 그런 벽을 부부가 도배를 새로 하면서 생각나는 단상들을 편집해 만든 이야기다.
도배를 하다 아내는 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알고 보니 그들의 아이, 영우가 자기 이름을 써놓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끝마치지 못한 채로.
이름 하나 끝맺음을 맺지 못한 아이가 떠올랐기 때문에 부부는 멈칫한 것이다.
어떤 기억은 끝내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살아있는 내내 그들의 기억 속에서 머물러 있는다.
그 기억이 그들을 힘들게 하는데도 말이다.
<입동> 속 부부의 기억 속의 영우가 바로 그렇다.
차사고로 하루아침에 아이를 잃은 부부의 심정은
어떤 말로도 설명해낼 수 없다.
그래서 김애란 작가가 선택한 방식은 다음과 같은 비유다.
작가의 비유를 보면서 부부의 상황, 그들의 상처, 주변 사람들의 이중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던진 꽃에 싸인 채. 꽃에 파묻힌 채.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사람 마냥 내가 붙들고 선 벽지 아래서 흐느꼈다. 미색 바탕에 이름을 알 수 없는 흰 꽃이 촘촘하게 박힌 종이를 이고서였다. 그러자 그 꽃이 마치 아내 머리 위에 함부로 던져진 조화처럼 보였다. 누군가 살아 있는 사람에게 악의로 던져 놓은 국화 같았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탄식과 안타까움을 표한 이웃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고 시작했는지. 그들은 마치 거대한 불행에 감염되기라도 할 듯 우리를 피하고 수군거렸다. 아내가 동네사람들로부터 꽃매를 맞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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