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책 리뷰

소설 ‘붕대감기’ 세 번째 리뷰, 힘든 상황 속 사람을 위로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다.

고고와 디디 2020. 6. 1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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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에서 단절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났거나 힘든 일이 일어났을 때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를 배려해서(?) 근황을 묻지 않기 시작한다.

그런데 한명이라도 나에게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기를 바란다.

 

<붕대감기> 속 은정도 아이가 이유모를 병으로 의식을 잃고 있을 때  “서균이는 잘 있나요?”라고 물어봐주기를 바랬다.

그리고 아이 친구인 율아가 그것을 물어봐주었다. 율아 엄마는 딸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은정에게 근황을 물어보기를 바라지 않았다.

서균이 엄마가 상처를 받을 까봐서다.

 


…아이는 아직 모른다. 달착지근한 마카롱 몇 개나 갑작스럽게 건네는 다정한 인사 같은 것으로는 괜찮아지지 않는 일들이 세상에 아주 많다는 것을.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일이 점점 더 겁나는 모험처럼 느껴진다. 결과가 안 좋을 때가 더 많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고, 그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굳이 물어보았다. 나 역시 누군가가 그렇게 물어주기를, 종종 장미가 비를 기다리듯이 기다리게 되므로. (p.55)


아는 것이 많아지면서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표현조차 함부로 할 수 없어진다.

점점 때가 타는 거겠지. 그게 삶을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걸 잘 알지만 <붕대감기> 속 이런 에피소드는 과연 그런 방법이 옳은 것일까..의문을 준다.

 

오랜만에 정통 소설을 만난 것 같다. 겉치레는 커녕 담담하다 못해 지독하리만큼 냉정하게 인물들 사이를 배회하며 그들의 심정을 도려내 보여준다는 점이 정말 오랜만에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