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의 결혼식을 가면 으레 그동안 못 보던 친구들도 만나 수다 떨고,
오랜만에 예쁘게 차려 입는 기분을 낼 수도 있어서..
참석할 때면 좋을 면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먹어갈 수록 결혼식이 부담이 된다.
<신을 기다리고 있어>에서 결혼식장에서 좌불안석인 미즈코시가 그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그녀가 결혼식장에서 뒤풀이 접수를 자진해서 하는 이유도 그와 관련이 있다.
뒤풀이 접수를 부탁 받았을 때는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맡길 잘했다.
실직한 사실을 아마미야에게는 말할 수 있어도 다른 친구들에게는 그러고 싶지 않다. 정직원으로 바쁘게 일하거나, 파견사원이어도 결혼 생각이 있는 남자친구를 둔 여자애들에게
내 현재 상황을 얘기한다면 아마미야 때와는 다른 비참함이 덮쳐올 테니까.
승자니 패자니 하는 말이나 여자들끼리의 서열 평가 따위에 별 관심 없다해도 패배감을 맛볼 것이다. 나는 늘 지기만 하니깐 관심이 없을 뿐이다. (p.36-37)
남들과 비교해서 뭐하느냐 부터 네 인생 속도에 맞춰 살아가면 된다..라고 아무리 말해줘도 자꾸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결혼식장 만큼 성공하는 사람부터 실패한 사람까지 동시에 볼 수 있는 공간도 또 없다.
더욱이 그 판에서 언제나 패자를 맡을 수 밖에 없다면 더더욱 그곳에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축하해주기 싫어서라기보다는
잠깐이라도 잊고 있던 나의 처지를 들추어내어 상처내는 꼴이 되는 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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