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책 리뷰

[리뷰] 소설 ‘신을 기다리고 있어’, 전갱이 튀김 소스 그깟 게 뭐라고, 첫 장부터 눈을 뗄 수가 없네.

고고와 디디 2020. 6. 1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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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갱이 튀김에 간장과 소금이 아닌 소스가 있어야 식사를 시작하는 한 여자가 있다.

몇 분 째 튀김 소스를 얻으려고 스스로와 실랑이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점원은 너무 바빠서 말을 걸 수 없고 옆자리에 있는 소스를 달라고 하려면 옆테이블에서 사람들은 진지하게 대화 중이라 대화 맥을 끊기가 좀 그렇다.

그녀는 왜 이리 소스에 집착을 할까?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다 보면 그런 그녀가 이해가 된다.

 


다음에 또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니 가장 맛있는 상태로 먹고 싶다.

 

하지만 점원이나 옆 사람에게 말을 걸 만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나는 파견사원이라 시급제로 일하고 있고, 점심시간은 한 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젓가락을 들고 통통한 전갱이 튀김을 집어 한 입 베어 문다. 전갱이 살은 두툼하고 갓 튀긴 튀김옷은 바삭바삭하고 고소하다. 아무것도 안 뿌려도 전갱이 자체에 적당히 짭조름한 맛이 있다.

 

이걸로 충분한 듯하면서도 그래도 뭔가 부족한 기분이 든다.  (p.8-9)

 


 

2프로 부족한 전갱이 튀김을 먹고 돌아간 회사에서 그녀는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아 회사에서 잘렸다는 통보를 받는다.

그놈의 전갱이 튀김에 대해 그녀는 또다시 이렇게 말한다.

 

점원이나 옆 사람한테 말해서 소스를 받을 걸 그랬다.

그 간단한 걸 왜 말하지 못했을까.

앞으로 한 달 남짓, 전갱이 튀김을 또 먹으러 갈 수 있을까.(p.14)

 

전갱이 튀김 소스 하나로 그녀 하루의 희로애락을 그려낸 것이 인상적이다.

잘리는 것에 대해 슬픔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으면서도 허망함, 슬픔, 막막함의 감정을 전갱이 튀김 에피소드를 통해 적확하게 그녀의 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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