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책 리뷰

[리뷰] 소설 '마르타의 일', 찌질한 군상들이 자신을 위로하는 법,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에 성경 속 이야기를 넣은 이유, 제목이 '마르타의 일'인 이유

고고와 디디 2020. 7. 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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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세상이 재미있다. 
약간 독특할 지는 모르겠지만 
질투, 시기, 열등감이 표출되어 순간 모지리  
같은 진심이 튀어나올 때 그걸 목도한 순간 
마음이 저릿하면서도 희열을 느낀다. 

아무래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래, 그래서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하나 싶다. 

우선, 나는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맹신한다. 

아무리 그럴싸한 말을 하고 도덕군자와 같은 말과 행동을 한다 해서 찌질한 감성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니깐.  
그리고 그러한 속내를 속삭여주는 소설을 읽는 것을 즐겨한다. 

 

 

  찌질한 군상들이 자신을 위로하는 법

소설 <마르타의 일>에서 나는 나와 비슷한 습성을 지닌 작가의 시니컬함을 발견하고 또 킥킥댄다. 

가령 이런 것이다. 
나보다 예쁜 동생을 보며 주변 사람들이 흔히들 질투를 할 것이라는 망상을 그려내면서 

온갖 찌질한 군상들의 자기 위안 행태를 짤막한 글로 정리하는 것 같은 거 말이다. 

 


경아는 언니한테 너무 미안하다며 울었지만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모르는 게 당연했다. 그 일에 경아의 잘못은 딱히 없었으니까. 그때도 그걸 알고 있었다. 흔히들 하는 말처럼 예쁜 걸 죄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잘못은 좆만 한 또래 집단에서 좀 인기가 있다고 으스대면서 좋아하는 여자한테는 직접 고백도 못하는 쪼다가 했고 동생이 저렇게 예쁘니깐 언니가 당연히 동생을 질투할 거라 넘겨짚는 음습한 인간들이 했고,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좀 수군거린다고 착한 동생한테 괜한 자격지심을 느낀 내가 저지른 것이었다.(p.129) 

 


 

 

 

소설 <마르타의 일>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제목이 재미가 없어서 읽어볼 엄두를 못냈다.
성경 이야기 속 마르타가 떠올라서 그랬다.


모태신앙으로 성당을 다니고 있긴 하지만 나란 태생은 고리타분하고 옛것보다는,
속도도 빠르고 모든 게 빠르게 바뀌는 현대적인 느낌의 것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미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읽어내려갔다.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에 성경 속 이야기를 넣은 이유, 제목이 '마르타의 일'인 이유 

소설 <마르타의 일> 에서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의 이야기를 차용한 것은 절묘했다.

소설 중반과 후반의 지면을 통해 등장하는 성경 속 마르타와 마리아는 

주인공 수아와 동생인 경아 자매에 대한 비유라는 것을 안다.

이미 SNS 속 스타였던 동생 경아를 두고 자신을 뭘 하든 질투를 할 거라는 이러한 생각들에 대한 비판이 잘 그려져 있다.

 



어느 날 예수가 그 자매의 집에 방문했는데, 언니인 마르타가 예수와 다른 손님들을 대접할 음식을 준비할 동안 동생인 마리아는 예수 앞에 앉아 예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는 이야기. 

마르타가 마리아에게 이리와서 언니의 일을 도와달라 했더니 예수는 오히려 마르타를 나무라며, 마리아가 지금 하는 일이 마르타 당신의 일보다 덜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던가. 그런 식이다. 

신데렐라의, 콩쥐의, 마리아의 자매는 나쁜 사람으로 기록된다. 선하고 지혜롭고 아름다운 여자에게는 악하고 게으르고 시샘이 많은 자매가 있다. (p. 130)

 





좀 놀랐던 점은 이야기 자체도 웹소설 빰칠만큼 구성력도 있고 재미있는데
이러한 고리타분한(?) 비유를 가져왔는데
절묘했다는 점이다.

대단한 작가다 싶었다. 현대적 감각과 문학적인 감성을 동시에 가진 작가는 간만에 만난 것 같아 순간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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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의 일:박서련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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