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는 순간 나의 시선을 끄는 이야기가 나온다.
감정적이고 감성적이어서
너무나 쉽게 밀착되는 인간관계를 힘들어하던 나에게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다독여주는 듯한 말들..
밤하늘의 셀 수 없는 별들이 그러하듯
사람 마음의 모양은 전부 다 다르다.
선을 긋지 않는다는 건, 모양이 없는 액체 괴물처럼 살아가라는 말로 들린다.
그러니까 선을 긋는 건, 여리고 약한 혹은 못나고 부족한 내 어딘가에 누군가 닿았을 때
‘나의 이곳은 이렇게 생겼어'라고 고백하는 행위다.
반대로 남들보다 더 관대하거나 잘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시원하게 트여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나라는 사람을 탐험하는 상대방이 판단하는 부분이 된다. (p.31)
선을 긋는 행위가 상대방을 서운하게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나에게는
현타를 안겨 준 말이다.
(서로 관계에 있어서) 틈이 있어야 그제야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다는
점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나란 사람은 감성적이고 감정적이어서
선을 긋는 행위가 나를 보호/혹은 상대방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라서
하면서도 계속 죄책감이 들었는데
계속 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받는 느낌이다.
그리고 에일리의 <저녁하늘>로 배우는 김이나 작사가님의 팁
김이나가 작사한 곡 중
에일리가 부른 <저녁하늘>이라는 곡이 있다.
김이나는 공감을 주는 가사를 쓰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녀는 이 곡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공감은 오히려 디테일에서 나온다.
공감은 기억이 아닌 감정에서 나온다.
심지어 전혀 겪지 않은 일이라 해도
디테일한 설명이
사람들의 내밀한 기억을 자극해
같은 종류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공감을 사는 일이다. (p.47-48)
김이나가 쓴 <저녁하늘>에는 디테일이 있다. 엄마가 외국에서 일을 하던 시절,
일 년에 한두 번 엄마를 한국에서 보고 다시 일터로 보내드리는
늘 같은 시간대의 하늘,
그 저녁하늘을 엄마가 보고 싶어서 한동안 바라보지 못했던 기억에 대해 쓴 이야기 같은 거.
어떤 날에든 저녁 하늘은
못 올려보는 습관이 있어
온 세상이 날 떠나는 듯한
이상한 그 기분이 싫어
멀리 떨어지는 저 해는
내일 다시 올텐데
나를 비춰줬던 햇살은
아닐 것 같아
-<저녁하늘> 가사 중
작사가들은 글을 어떻게 쓸까
궁금했는데
이 대목 하나로 감이 왔다.
그리고 다시한번 <보통의 언어들>을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마음 깊숙한 곳부터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