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디오클립에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블로그에 서평을 쓰듯 분석 위주로 써 내려갔지요.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게 소설책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 본연의 문체를 느낄 수 있게 발췌본을 낭독을 하는 게 더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죠.
기욤 뮈소의 <인생은 소설이다>를 읽고 리뷰를 하기 전 이책은 리뷰보다는 장면 낭독으로 가는 게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았습니다.
실제 작가 로맹과 로맹이 쓴 소설 속 주인공 플로라가 만나는 처음 만나는 장면,
플로라가 자신이 소설 속 주인공이라는걸 깨닫는 장면,
로맹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운명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낭독을 하다보니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이밍이 좋게도 온라인 책모임에서 이책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냉큼 참석의사를 밝혔습니다.
처음 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모임원들에게 이책은 재미있는데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소설 속 사건은 간단하고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이고 그 사이사이 끼어드는 작가 로맹이나 플로라가 작법에 대해 대문호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 어쩐지 잘 섞여들어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리고 작법을 파고 있는 저로서는 그들이 이야기하는 작법들은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던 이야기라 그리 신선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토론이 진행될 수록 제가 왜 이책을 재미있게 읽었는지가 보이더라고요. 물론 이건 모임원들이 생각들을 모아주셨기 때문에 깨달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요약하자면 이 소설은 액자 속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고 액자 속 이야기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이야기이기에 오히려 실제 작가와 그 작가가 쓰는 등장인물이 만나는 씬들이 무척 흥미진진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기욤 뮈소의 책들은 거의 다 읽어왔습니다. 늘 읽으며 재미있었지만 따로 글을 필사하거나 작법이 좋다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토론이 진행되면서 허를 찌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A가 말하듯 그냥 재미있어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는 점 하나 그리고 B가 말하듯 누군가에게는 이책이 작가가 어떻게 소설을 쓰는지 실제 사례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에 공감합니다.
제가 그동안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방법을 되짚어봤습니다. 소설을 읽고 참 재미있지만 분석할 게 없어서 서평 한 줄 못쓰고 보낸 작품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어찌나 아깝던지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 분석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책 읽는 재미에 오롯이 빠질 수는 없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다음 달에는 지대넓얕 1권을 이야기해보기로 했습니다. 5년동안 스테디셀러였다는 점과 어느 자리에 가서도 어떤 주제든 대화할 수 있게 돕는, 가장 쉬운 인문학 입문서라는 소개에 기대가 많이 됩니다.
덧붙여) 2년 만에 책모임에 왔는데 여전히 편하고 알차고 재미있었네요. 처음 이 모임에 왔을 때 그 느낌 그대로여서 너무 좋았습니다. 항상 바뀌지 않고 그대로인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 요즈음 더더욱 처절하게 느껴지네요. 그런 느낌 놓치지 않도록 후기 복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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