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책 리뷰

날렵하게 잽을 날리듯_ 한병철의 <피로 사회> 후기

고고와 디디 2018. 6. 1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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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어를 가르치는 직업도 있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때 즐겁습니다. 타인과 나를 구별하는 유일한 시간이 글을 쓰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깐..<피로 사회>에서도 재차 말하고 있는 것처럼 내 자신이 만들어 놓은 나다운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한동안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저는 큰 틀을 잡는 것에는 도가 텄지만 날렵한 문체와 짤막하게 이야기를 요약하는 부분이 부족합니다. 대신 칼럼 쓰는 일도 쉽게 기회를 잡았고 큰 틀을 제가 짰기에 그 틀안에서만큼은 제가 제일 잘 적용해서 쓰기에 근 4년 째 한 꼭지를 계속 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족하질 못했어요.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나의 상황을 글쟁이인 내가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걸 한병철은 정확하고도 매섭게 짤막한 문장에 담아 놓습니다. <피로사회>를 보면서 피로하기보다는 자꾸 그의 말들에 중독되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살펴보는 걸 참 좋아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읽어내 맞춰주는 걸 참 좋아하면서도 순간 허무해지는 순간을 나는 표현 못했지만 한병철은 정확히 짚어 표현해줍니다.


성격 없는 인간이라 그렇다. 겉으로 유연해보여 사람들 관계에서  경제적으로 효육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무성격인 것이라고..


저는 싸우는 것도 싫어해 화내는 것도 잘 못했습니다. 한병철은 짜증이 아닌 분노는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분노의 전제는 현재 속에서 중단하여 잠시 멈춰 선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상황이 시작되도록 만들 수 있는 힘이라고..


피로사회를 2독하니 글자 하나하나가 다 나의 상황을 설명해주더라고요. 그것도 날렵하게 잽을 날리듯.


너무 잘 쓸려고 하지 말고 대신 좀더 직설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돌직구로 던지는 글을 쓰도록 노력 하자..고 결심했습니다.


덧붙여) 오랜만에 토론하니 너무 좋더라고요. 클락 오빠의 날카로운 시선, 큐라님의 귀에 콕콕 박히는 참신한 비유 등 새로 오신 도노님의 부드러우면서도 핵심을 짚어주는 이야기 등..

종종 뵈요~ 좋은 책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