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일 때가 있었다. 친화적이긴 했지만 작은 것에 집착하고 일의 성과를 자신의 정체성과 결부시킨다는 평과 함께 나는 회사 문화에 맞지 않은 사람으로 점점 낙인찍히는 듯 했다. 질문에는 늘상 정해진 문법같이 답이 함께 딸려 있다는 점을 일찌감치 알았더라면 회사 생활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을까? 과거를 돌이켜보면 잘못된 일에는 죄책감부터 앞섰던 것 같다. 나에게도 의 화자와 같은 동료가 있었다면 이때의 나에게 뭐라고 조언해주었을까? 소설 표지ⓒ 창비 소설 의 이야기 구성을 보면 흥미롭다. 화자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소위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는 아이로 설정되어 있다. 초반에는 화자에게 닥친 끔찍한 사건을 둘러싸고 이후 화자의 행보를 적어가는 듯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