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책 리뷰

<후기> '천 개의 찬란한 태양'

고고와 디디 2017. 10. 1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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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앞부분에서 계속 맴돌면서 뒤로 가기 힘들었습니다. 그만큼 시시각각 나의 감정을 건드리는 마리암의 속내를 한 자 한 자 곱씹고 싶어서 그랬을 겁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사생아를 낳고 사람들에게 냉대를 받는 상황 속에서 마리암을 키워내는 엄마 나나의 어지럽고 분하고 불안정한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그 모든 감정을 받아내는 마리암 역시 매일매일이 숨쉴 구멍 없인 버텨내기 힘들겠구나 싶었죠. 

 
 숨쉴 구멍이라고 해도 가끔 그녀를 보러오는 친아버지와의 짧은 만남과 선물 받는 순간뿐이었지만 그녀에게는 그순간만큼은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라는 사람의 실체를 폭로하는 엄마의 말들을 피해망상증 환자의 말쯤으로 취급하여 읖조리는 마리암의 속내를 드러다보며 참 많이도 아팠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겨눌 게 아니라 그들을 불행하게 만든 거대한 사회 구조의 부조리함을 욕해야 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이 책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지속되는 전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두 여자의 굵직한 인생사를 1,2 부로(제가 임의로 나눔) 나누어 그려내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이번만큼은 시대배경보다는 그 속에서 속내를 드러내는 두여자의 마음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급기야 그 여자들의 삶 속에서 내가 바로 그 여자가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심리묘사가 압권이었습니다.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토론 속에서는 나 혼자 부유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배경은 분명 전쟁 속 참혹한 일로 아파하는 두 여자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는데 나는 과거 내가 겪었던 경험들을 투영해 다시금 그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불러들였기 때문입니다. 

내가 토론 중 이런 나의 느낌을 이야기하자 다른 팀원들은 나의 의견을 이해한다며 우리나라도 과거 비슷하게 여자들이 차별받고 소외받던 조선시대 같은 시절도 있었기에 그 모멸감을 공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해 주셨죠. 하지만 저는 의외로 이 책을 읽고서 여성의 차별에 주목하기 보다는 현대사회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 내가 회사원으로 겪었던 모멸감이라던지 가족 안에서 감정의 마찰로 고민했던 시절을 떠올리기 바빴습니다. 그만큼 묵혀놓았던 그 당시의 아픔을 불러내어 다독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은 마리암처럼 감정을 나에게 토해내는 듯한 가족의 상처받은 마음들을 받아내며 내가 왜 이런 감정들로 상처받아야 하는지 억울함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리암이 아버지를 찾아가 만나러 하자 그녀를 밖에 방치한 채 만나주지 않는 아버지의 실체를 바라보며 아버지가 가끔 사다준 선물에 감동하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면서 성장하듯 이제는 그때의 감정을 풀어내도 객관적으로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 주로 시대배경을 근거한 채 나온 이야기들이었죠. 하지만 저는 두여자의 절절한 속내들을 들은 잔상으로 다른 이야기들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거대한 서사 속에서 여러가지 감정의 변화들을 지켜보며 충분히 과거 고민했던 나의 아픔들을 다독여 주는 것으로도 시간이 모잘랐던 것 같아요.

덧붙여)
케빈 오빠가 합류했습니다. 참 이상하죠 한 사람만 더 왔을 뿐인데 분위기도 또 다시 달라진 느낌입니다.
근데 그 느낌이 좋았네요. 클락 오빠도 좀더 활기차진 것 같고 나는 그런 클락 오빠를 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아요. 누군가가 남녀 시각이 다르니 성비가 비슷하면 좋을 것 같다고 들은 적 있는데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예전 에너지 넘치던 클락 오빠로 다시 돌아온 것 같아 순간 반가웠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