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책 리뷰

내 외로움을 나타내는 법_ 이디스 워튼의<순수의 시대>를 읽고,

고고와 디디 2017. 8. 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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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를 1독한 첫느낌으로는 이건 '사랑이야기'이구나~그것도 어떻게 세련되고 멋지게 이성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가~좀 노골적으로 말하면 참 재밌게 썸타는구나..라는 인상이 강했어요. 하지만 차마 토론 첫머리부터 난 이 책으로부터 세련되게 썸타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기는 제 고지식한(?) 성향상 너무 가벼운 감이 없지 않나 싶어 첫머리에서는 두번째로 강하게 느꼈던 상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순수와 위악의 경계가 모호함을 메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잘 드러냈다고요.

토론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 한 멤버가 자신도 그들의 세련되게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전 계속 감히 고전인 이 순수한 작품을 그렇듯 가볍게 이야기해서는 안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다른 각도로 그 멤버 역시 참 솔직하다..시원시원하다는 면이 참 부럽더라고요. 저와 여러모로 다른 면을 지닌 사람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이란 순간순간 참 재밌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사랑 기술'을 배우는 것 외엔 그저 지루한 한편의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저이기에 토론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막막했는데 토론이라는 건 참 놀랐더라구요. 사람들의 생각이 공기속에서 마찰을 일으키며 나오는 순간 관습을 중시하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지 알면서도 결혼이라는 관습을 지켜내고자 모르는 척 넘어가는 메이를 계속 옹호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확인하며 제가 생각보다도 참 테두리 안에서만 노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한 멤버가 언급했듯이 플라톤의 '동굴 비유'에서 밖으로 나가 새로운 것들을 볼 기회마저도 저버리고 그저 동굴 속에서 안주하고 싶어하는 소심함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늘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질 않는 저의 모습과도 마주보게 된 순간이기도 하죠. 20대때는 내가 하고 싶은 데로 좌표를 찍어 선택한 삶을 누린 탓일까요? 20대때는 자유의지를 중시했던 저였는데 30대때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울 뿐이라는 점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토론에서는 제 30대의 우울감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하고도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텍스트 밖으로 뛰쳐 나가 나의 외로움의 근원에 대해 주절주절 떠들어대는 걸 보면서 이거 신기하다 싶었죠. 저는 30대에 사람들의 밑바닥 본성과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잔인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나 자신도 극한 상황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아닌 저열한 모습을 내비치는 것을 보며 환멸감을 느낀 때도 있었죠. 그리고 나서 배운 점은 세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나쁘게 말하면 기대하지도 않으니 실망하지도 들뜨지도 않는가는 거죠. 근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전 굉장히 낙천적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바라질 않으니 주기만 하면 되고 딴 사람의 저열한 모습을 봐도 내가 저런 극한 상황에 있으면 나 역시 저런 모습을 띠겠거니~하니 미움도. 증오도 없게 된 겁니다.

그래서 그런가 저는 속내를 감추고 결혼이라는 관습을 유지하는 메이나 사랑을 선택하고 싶으나 끝내 관습 테두리를 맴돌던 아처의 우유부단함도, 테두리를 한번 넘어본 경험이 있는 앨렌이지만 자기가 도움받은 친척들과 사랑하는 남자 아처를 위해 그들을 떠나는 그녀의 모습도 모두다 공감되고 안쓰러웠습니다. 그들 모두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죠.

순간의 쾌락보다는 의리나 정의를 선택하는 것(남의 이목도 한몫하겠죠,)이 중요한 저로서는 그들의 모습이 비겁하기보다는 그저 안쓰러웠습니다.

덧붙여) 책수다 식구들하고 이야기하다보면 참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와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지만 식구들이 보여주는 나에게는 없는 면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됩니다. 책도 물론 재밌지만 요즘 들어 그런 재미에 이곳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모든 모임들이 다 이와 같지않다는 걸 압니다. 이건 분명 저에게 온 행운이고 저는 그것을 꽉 붙잡고 즐길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