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책 리뷰

이제 맘 속으로 울지 말아요. <새의 선물>을 읽고

고고와 디디 2017. 7. 3. 20:22
반응형

슬픈 일이 있으면 울어대고 좋은 일이 있으면 있는 힘껏 웃어제끼고 살아간다면 조금은 삶이 만만해 질까...은희경 작가의 입봉작인 <새의 선물>을 읽고서 처음 느낀 단상은 주인공인 아이 진희는 참 삶을 복잡하게 사는 구나~였다. 읍내에서 미친년(?) 하나를 보고 그녀를 뜷어지라 쳐다보는 진희를 그녀의 할머니는 질질 끌다시피 데려오는데 이는 이유가 있다. 진희 엄마가 과거 정신병력으로 힘들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슴 아픈 사연이 있기 때문. 엄마를 회상시키는 그녀를 붙잡고 엉엉 울었으면 차라리 나으려만 진희는 남에게 굴복당하지 않으려 감정의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한 터라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서 있을 뿐이다. 어린애 답지 않은 감정의 평정심 이면에 조금만 건드리면 주저앉을 것 같은 아슬아슬함을 진희에게 본다. 감정의 균형을 잘 잡는다는 허세어린 말투에 실소를 하다가도 그 이면에 꾹꾹 담아놓은 감정이 보일라치면 뭔가 나도 밑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내가 서사도 별로 없고 에피소드도 어디서 본듯한 고루한 이야기라도 이 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이거다. 꾹꾹 감정을 누른채 써 내려가는 
듯한 어투에 나까지 체하는 느낌이다. 그래도 끝까지 참아내는 건 투영된 나의 답답한 성격도 함께 보이기 때문이다.
 
진희와 내가 닮은 점은 또 하나 있는데 사람들 관찰하기. 나 또한 여기저기 껴서 잡담하기 보다는 멀찍이 떨어져 사람들을 관찰하는 걸 더 좋아하기에 지루한 풍경을 곱씹듯이 묘사하는 걸 보자면 재밌다. 나 역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하지만 바꿔 말하면 비겁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같이 놀기보다는 행여 마음이 다칠까 혼자 멀찍이 떨어져서 서 있는 순간이기에. 하지만 나는 부끄러워 고개를 돌리기보다는 정면으로 맞부딪친다. 오랜 시간동안 나를 다독여 왔기 때문에 이런 나조차 사랑스럽다.

객관적으로 책을 바라본 다른 수다회 식구들의 발언에 적찮이 놀랐고 처음에는 이 가여운 이야기를 보호하고 싶다는 생각부터 들어 비이성적으로 굴 뻔했다. 가까스로 이성을 찾고 이야기들이 참 고루하고 사건이라고 말할 만한 이야기도 없다는 사실에 참 놀랐다. 어떻게 난 이런 허점이 보이지 않았던가. 다시 생각해본다. 그러다 진희라는 아이의 모습에서 나를 봤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었다. 혹여나 복잡다단한 나의 성격과 불안정한 나의 감정 상태를 들키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진희라는 아이를 만나는 순간만큼은 정돈되어서리라. 

이제 은희경 단편들을 읽게 될 것 같다. 왠지 이 작가~ 맘에 든다.

덧붙여) J 언니랑 K 오빠랑 나랑 C 오빠랑 함께했던 책수다 초창기가 생각난다. 나에게는 추운 겨울날 고구마를 서로 나눠주며 담소를 나누는 듯한 참 따스했던 이미지가 떠오른다. 자주는 안되겠지만 가끔이라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새로 오신 S님과 P님도 함께해서 좋았다. 3주를 또 어떻게 기다리누..길고도 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