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책 리뷰

[라플라스의 마녀 후기] 사람 마음 하나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서 말이야.

고고와 디디 2017. 5. 1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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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마녀>에서는 예측이라는 키워드로 사건도 만들어 내고 일부 정보만을 흘려준 채 독자가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재미도 주기도 하죠. 자신의 완벽무결함을 위해 가족을 몰살시키려고 했던 아버지의 잔악무도함에 치를 떨던 아들 겐토는 수술 후 선물 같이 받은 능력으로 자연 재해를 정확히 예측해 손 하나 안대고 복수를 하나하나 실천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오싹하기도 합니다. 또는 자신의 완벽무결함을 실천하고자 자신의 블로그에 행복해보이는 가족의 모습을 거짓으로 담아내 결국 영화화할 기회까지 얻는 겐토의 아버지인 영화감독 아마카스의 주도면밀함에 놀라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다소 어두침침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지금부터 저는 예측에 대해 좀 밝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과거 드라마 PD를 준비한답시고 아마추어 극단에 들어가 '지하철 1호선'라는 뮤지컬을 일년 정도 준비해 무대에 선 적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 대사를 맞춰보던 때가 생각나네요. 이름도 가물가물한 한 남자애와 대사를 치는 장면이었는데 내마음이 그애의 마음으로, 그애의 마음이 내 마음으로 오고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얼굴까지 발그레해지면서 그 남자애가 나에게 감정이 있고 나 역시 그 남자에가 감정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아 이거 위험한 게임 같은 거다~라는 생각을 했죠. 사람 마음을 들키는 거에는 연극만한 게 없겠구나. 아니 어쩌면. 감정조차도 부풀리거나 축소시켜 자유자재로 연기하는 게 가능할 수 있겠구나. 라는 묘한 쾌감도 같이 느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현실에서의 연애 정확히 말하면 썸 단계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양쪽이 다 마음을 열어놓아야 예측이 가능해진 건데 보통 한쪽이 마음을 닫아거는 경우가 대다수였던 거죠. 그래서 한 남자를 좋아하고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떨까에 대한 궁금증에 그 남자의 제스처나 목소리 톤. 행동 등을 정확히 예측하는 노력을 한때 한 적이 있었는데 참 재미있게 몰입해서 관찰하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비단 연애에서 뿐 아니라 예측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시도때도 없이 끼어드는 것 같아요. 참 아이러니한 게 정확한 미래를 예측하고 싶은 마음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순간을 즐기고픈 마음이 대치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때그때 그 차지하는 비중은 다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인간관계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재미를 놓치고 싶지는 않아 예측이 힘든 쪽에 한 표 더 던지고 싶네요.


덧붙여) 토론하다보니 몰랐던 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A님의 협조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일이지요. 강하게 나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단어 선택을 세게 하면서 예측가능한 상대방의 반응을 눈앞에 확인하고자 하는 습성이 있다는 걸요. 덕분에 내 이야기를 부연 설명하며 좀더 친절하게 풀어서 설명하는 훈련을 할 수 있었네요. 역시 사람은 말을 해야 정확한 의중을 전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것도 세세하게 비약하지 말고 축소하지 말고 최대한 정확하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요.
이번 토론도 역시 끝에 가서는 끝나지 않았으면 이대로 시간이 멈춰졌으면...속으로 되뇌이고 있었네요. 그건 꼬물꼬물 이야기를 할 게 많은 책과 정말 더 알고 싶고 말하고 싶은 매력적인 사람들과 함께 해서 그런듯요. 순간을 놓치지 말란 말 있죠. 고맙다는 말을 좋아한다는 말을 꼭 하고 가야겠습니다.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