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복분자를 쏟아 벽지가 붉은 색깔로 지저분해졌다. 소설은 그런 벽을 부부가 도배를 새로 하면서 생각나는 단상들을 편집해 만든 이야기다. 도배를 하다 아내는 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알고 보니 그들의 아이, 영우가 자기 이름을 써놓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끝마치지 못한 채로. 이름 하나 끝맺음을 맺지 못한 아이가 떠올랐기 때문에 부부는 멈칫한 것이다. 어떤 기억은 끝내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살아있는 내내 그들의 기억 속에서 머물러 있는다. 그 기억이 그들을 힘들게 하는데도 말이다. 속 부부의 기억 속의 영우가 바로 그렇다. 차사고로 하루아침에 아이를 잃은 부부의 심정은 어떤 말로도 설명해낼 수 없다. 그래서 김애란 작가가 선택한 방식은 다음과 같은 비유다. 작가의 비유를 보면서 부부의 상황,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