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닐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사유를 할 수 없는 것이었어요.
뭔가 하나에 꽂히면 생각을 계속 해야 하는데 회사는 그런 사람을 좋아하질 않지요.
자신만의 공간,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소설 <한 시간에 그 방에>는 저랑 비슷하게 자신만의 공간을 원하는 남자가 나옵니다.
문제는 이 남자가 발견한 조용하면서도 아늑한 방은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요.
소설 초중반에는 남자의 독백만으로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실제 그 방이 있는 줄만 알았지만
이 방은 그가 만들어낸 가상의 방이지요.
이 발상 때문에 200페이지가 넘어가는 소설인데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미친놈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 남자가 왜 방을 만들어냈는가.. 그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아요.
동료 직원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그를 소외시킵니다.
한 사람이 철저히 사회 속에서 제외되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지요.
그래서 회사를 나온지 꽤 되었는데도 그때 겪은 일들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나만 겪은 게 아니구나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마음이 가벼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이 남자 비에른이 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이야기해줄게요.
p.28
(오디오클립에서 낭독했습니다.)
비에른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따뜻하고도 정갈한 방이네요.
그런데 다른 직원들에게는 그 방에 있는 그의 모습이 다음과 같이 느껴지나봐요.
이 대목 읽어줄게요.
p.83
(오디오클립에서 낭독했습니다.)
소설 후반으로 갈수록 비에른이 미친 게 아닌가 라는 의구심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그에 가하는 심리적 압박이 부각되더라고요.
사람들이 어디까지 한 사람을 몰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에 몰입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조차 가해자가 아님을,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알기에 그저 헛헛할 뿐이었습니다.
비에른을 보고도 다른 직원들이 그에 대응하는 행동들을 보면서도
둘 다 외롭겠구나.. 싶었습니다.
인간은 결국 혼자라는 것을, 누구에게도 심지어 자신에게도 소외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온전히 이해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똑똑히 보여주는 소설이라 씁쓸하면서도 쓸쓸했네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외로워지게 만드는 장면 읽어주면서
오늘 이야기는 마칠까 합니다.
p220
(오디오클립에서 낭독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오디오클립에서
책한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관심있으시면 아래 링크 클릭해주세요.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442/clips/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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