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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리뷰142

유명작가가 하루아침에 절필을 선언한다면? ▲ 소설 표지 ⓒ 밝은 세상 세 편의 소설로 단숨에 유명작가가 된 작가가 하루아침에 절필을 선언한다면? 그의 독자는 속이 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신작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울 것이다. 어쩌면 어떤 애독자는 그가 칩거하게 될 지역으로 따라가서 옆에서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는 희망에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기욤 뮈소의 소설 은 유명작가가 하루아침에 절필을 선언한다면? 이라는 어쩌면 익히 들어봄직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주인공인 네이선은 30대에 단숨에 인기 작가로 급부상한 유명작가다. 그를 따르는 팬들도 많고 그가 작품을 통해 말하려는 ‘나와 타인들이 이루어가는 관계, 인생의 방향키를 제대로 잡으려 할 때의 어려움, 인간의 나약한 의지에 대해, 인간 실존의 허약한 부분’에 대.. 2020. 2. 10.
느닷없는 퇴직 통보, 어떻게 해야 했을까 ▲ 소설 표지ⓒ 한겨레출판 ㄱ씨는 한 회사에서 26년을 일했다. 한달 전 새로운 부장은 그보다 나이가 어렸다. 부장은 그를 불러 이야기하는데 퇴직이라는 단어만 입에 안 올렸을 뿐이지 나쁘지 않다는 조건이라며 퇴직금을 받을 것을 종용한다. ㄱ씨는 이미 퇴직을 요구하는 듯한 재교육을 2번이나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이곳에 머물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그의 결정은 회사 내에 파란을 일으킨다. 연장자인 ㄱ씨 대신에 사정이 힘들었던 다른 사람이 나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름 성실하고 회사에 애정을 가지고 함께 커왔다고 생각했던 그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적잖게 당황한다. 이 상황은 김혜진의 소설 에서 퇴직하기를 요구하는 회사와 동료들의 모습에서 충격을 받은 화자인 ‘나’에게 일어난 일이다. ‘나’는 이들에게 .. 2020. 1. 1.
나에게 맞는 친구를 찾아가는 여정, 쉽지 않네. ▲ 소설 표지ⓒ 문학동네 학창시절 때는 반이 바뀌면 또 누구랑 단짝이 되어야 하는가가 큰 고민이었던 것 같다. 셋이 놀 때는 그 중 두 명이 친하고 남은 한 명은 뒤쳐져 있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두 명이 짝을 이루어 활동할 때면 늘 마음고생도 했던 기억이 있다. 소설 에서는 어릴 적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갓 중학교 2학년이 된 여자아이 다현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자신을 '작고 연약한 듯 보이지만 굳건한 생명체'인 체리새우와 비슷하다고 소개하는 다현은 ‘은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끝에 이번 학년에서는 다섯손가락 친구들 멤버 중 한명이 되었다. 평소 따지기를 좋아해서 ‘진지충’이라는 별명까지 있는 그녀는 멤버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렇게 노력해도 멤버들 5명.. 2019. 12. 27.
한국 소설에도 하이퍼리얼리즘이 있다? ▲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 표지ⓒ 창비 중고 마켓에 한 사람이 하루에 백개씩 중고 거래할 물건들을 올리고 있다. 언뜻 보면 중고 마켓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는 새 상품을 뜯지 않고 인터넷가보다 조금 더 싸게 해서 물건들을 내놓는 터라 환영할 만하다. 댓글들도 다양한 물건들을 하나같이 싸게 팔아줘서 고맙다는 칭찬 일색이니 그렇다. 하지만 서비스 기획자 입장에서는 한 사람의 글로 도배되어 있으면 중고마켓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이 묻힐까 고민이 된다. 게다가 그 물건들이 횡령한 물건이나 장물일 수 있다는 우려도 된다. 이런 사태는 장류진 작가의 소설 에서 보여주는 판교 IT 기업에서 운영하는 우동마켓(우리 동네 중고 마켓)에 ‘거북이알’이라는 아이디를 쓴 사용자가 물건을 과도하게 파는 바람에 일어나는 해프닝을 묘사.. 2019. 12. 24.
읽다 보니 타인들에게 힐링 받는 묘한 책 소설 표지ⓒ 마시멜로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으로 로맨스 작가를 내세웠다. 분명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 을 읽게 된 이유는 '최고의 건강 휴양지 프로그램 열흘 후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는' 희망찬 이야기 때문인데 어느새 주인공인 작가 프랜시스의 위트 있는 내레이션에 푹 빠져 읽게 되었다. 로맨스 작가로서 직업의 위기를 맞이하는 프랜시스에게 스릴러 장르를 쓸 것을 권유하면 이렇게 속내를 드러낸다. 프랜시스는 자기가 만든 인물을 죽일 순 없었다. 팔이나 다리를 부러뜨릴 순 있겠지만, 죽이다니, 그렇게 심한 일은 할 수 없었다.(p.44) 로맨스 작가로 시작했고 성공했지만 지금은 내리막길로 내려가는 상황을 뻔히 아는 프랜시스이지만 로맨스 작가로서의 자부심은 여전했다. 이런 그녀에.. 2019.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