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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리뷰142

[리뷰] 소설 ‘신을 기다리고 있어’, 전갱이 튀김 소스 그깟 게 뭐라고, 첫 장부터 눈을 뗄 수가 없네. 전갱이 튀김에 간장과 소금이 아닌 소스가 있어야 식사를 시작하는 한 여자가 있다. 몇 분 째 튀김 소스를 얻으려고 스스로와 실랑이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점원은 너무 바빠서 말을 걸 수 없고 옆자리에 있는 소스를 달라고 하려면 옆테이블에서 사람들은 진지하게 대화 중이라 대화 맥을 끊기가 좀 그렇다. 그녀는 왜 이리 소스에 집착을 할까?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다 보면 그런 그녀가 이해가 된다. 다음에 또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니 가장 맛있는 상태로 먹고 싶다. 하지만 점원이나 옆 사람에게 말을 걸 만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나는 파견사원이라 시급제로 일하고 있고, 점심시간은 한 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젓가락을 들고 통통한 전갱이 튀김을 집어 한 입 베어 문다. 전갱이 살은 두툼하고 갓 튀.. 2020. 6. 19.
김애란 소설 ‘바깥은 여름’ (입동) 리뷰, 끝맺음을 하지 못한 어떤 기억에 대한 예의 시어머니가 복분자를 쏟아 벽지가 붉은 색깔로 지저분해졌다. 소설은 그런 벽을 부부가 도배를 새로 하면서 생각나는 단상들을 편집해 만든 이야기다. 도배를 하다 아내는 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알고 보니 그들의 아이, 영우가 자기 이름을 써놓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끝마치지 못한 채로. 이름 하나 끝맺음을 맺지 못한 아이가 떠올랐기 때문에 부부는 멈칫한 것이다. 어떤 기억은 끝내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살아있는 내내 그들의 기억 속에서 머물러 있는다. 그 기억이 그들을 힘들게 하는데도 말이다. 속 부부의 기억 속의 영우가 바로 그렇다. 차사고로 하루아침에 아이를 잃은 부부의 심정은 어떤 말로도 설명해낼 수 없다. 그래서 김애란 작가가 선택한 방식은 다음과 같은 비유다. 작가의 비유를 보면서 부부의 상황, 그.. 2020. 6. 12.
소설 ‘붕대감기’ 리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달라졌을 뿐인데 변화를 대뜸 눈치챈 친구 소설 를 읽다가 가장 놀랐던 대목은 SNS에 올린 글로 인물들의 심경변화를 묘사한 부분이다. 이게 찐 소설이지.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천재적인 작가의 문체이다. 남다른 관찰력과 그것을 표현해낼 줄 아는 문체, 두 개를 동시에 가진 작가를 찾기란 쉽지 않은 데 말이다. 세연이 달라진 것은 3년쯤 전부터였다. 세연이 갑자기 계정을 닫았다. 몇주 후 다시 계장을 연 세연은 더 이상 일상 포스팅을 하지 않았다. 공유하는 글들의 성격이 달라졌고, 자주 댓글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달라지더니 쓰는 글들의 결도 달라졌다. 대단히 건조한 어조로 자신이 기획하고 있는 책과 출판사에서 앞으로 나올 책들의 소식을 전하거나 여성주의 관련 글들을 공유하거나 이슈들에 관한 의견을 피력하거나 하고 싶은 지금 당장 하고 싶지만 할 수 .. 2020. 6. 10.
소설 ‘붕대감기’ 세 번째 리뷰, 힘든 상황 속 사람을 위로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다. 세상 모든 것에서 단절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났거나 힘든 일이 일어났을 때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를 배려해서(?) 근황을 묻지 않기 시작한다. 그런데 한명이라도 나에게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기를 바란다. 속 은정도 아이가 이유모를 병으로 의식을 잃고 있을 때 “서균이는 잘 있나요?”라고 물어봐주기를 바랬다. 그리고 아이 친구인 율아가 그것을 물어봐주었다. 율아 엄마는 딸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은정에게 근황을 물어보기를 바라지 않았다. 서균이 엄마가 상처를 받을 까봐서다. …아이는 아직 모른다. 달착지근한 마카롱 몇 개나 갑작스럽게 건네는 다정한 인사 같은 것으로는 괜찮아지지 않는 일들이 세상에 아주 많다는 것을.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일이 점점 더 겁나는 모험처럼 느.. 2020. 6. 10.
윤이형의 <붕대감기> 리뷰 두번째 , 아무것에도 기댈 것 없는 여자가 미용실 앞에 멈춰선 이유 커리어 우먼, 결혼 후 육아와 커리어를 야무지게 지키려고 하는 한 여자가 있었다. 단 하루, 아이를 할아버지와 할머니 댁에 맡기고 눈썰매를 타고 간다는 소리에 안심한 그 하루, 아이가 원인 모를 병으로 의식을 잃게 된 그 하루. 그녀는 자신이 아이를 돌봤다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자책을 하기 시작한다. 딱 한 명만 속내를 터놓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그녀가 결국 멈춰선 곳은 미용실이었다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그녀의 그 쓸쓸함이 나에게까지 배여온다 불이 꺼진 미용실 건물 외벽에는 커다란 전신 거울이 붙어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관리의 필요성을 느낀 고객들이 머리를 하러 들어 오라고 설치해둔 것이었다. 은정은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엉망으로 길어져 흐트러진 머리,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다리를 .. 2020.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