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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5

성가시지만 네가 없는 삶이란 상상할 수도 없어, <너라는 생활> 리뷰 , 김혜진 작가, 오디오클립

'9번의 일'을 썼던 김혜진 작가의 신작 에서 이 대목을 읽고 나서는 그녀의 책 또다시 집어들기 잘했다 싶었습니다. 그 대목 함께 읽어볼게요. 너는 시시때때로 공과 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사람이고, 일과 생활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사람이고, 모두를 곤란하고 난처한 상황 속에 몰아넣는 사람이고, 같은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면서 거듭 우리의 생활을 만드는 사람이고. 그러나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될 수 있었을까. p.78 때로는 성가시고 힘들게 하지만 그럼에도 네가 나의 삶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난 너라는 생활을 알 수 없었겠지.라고 말해주는 듯한 소설 은요. 읽는 내내 담담하면서도 참 먹먹했던 것 같아요. 그럼, 소설 줄거리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해볼게요. 화자는 너라는 인물에 ..

[리뷰] 김봉곤의 '여름, 스피드', 웹소설만큼 재미있지만 2독, 3독해도 질리지 않는 소설, 추천하는 이유

김봉곤 작가의 '여름, 스피드'를 1독하고 느낀 감상은 웹소설만큼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고 웹소설은 한번 보면 질려서 2독하기는 힘들지만 '여름, 스피드'는 또 읽고 싶다는 것이다. 주인공 '나'는 6년 전 단 3주를 만난 연인(?) 영우에게 차였다. 그런 '나'는 영우가 뜬금없이 만나자고 하니 (이해는 잘 안되지만) 다시 만난다. 그리고 영우를 만나던 6년 전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서 이불 킥하는 주인공 '나'의 모습까지 한 호흡에 담겨져 있다. 2009년의 나를 떠올리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졌다. 나는 갑자기 소름이 돋아 선풍기를 꺼버렸다. 서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살이 속빠져서는 촌스러운 파마머리를 한 채 영화의 끝자락이라고 잡고 싶다는 등, 깽판이 되더라도 한번 끝까지 가보고 싶다..

Review/책 리뷰 2020.07.12

소설 ‘신을 기다리고 있어’ 리뷰, 결혼식에 가서 뒤풀이 접수를 부탁 받았을 때 행복했던 이유

지인들의 결혼식을 가면 으레 그동안 못 보던 친구들도 만나 수다 떨고, 오랜만에 예쁘게 차려 입는 기분을 낼 수도 있어서.. 참석할 때면 좋을 면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먹어갈 수록 결혼식이 부담이 된다. 에서 결혼식장에서 좌불안석인 미즈코시가 그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그녀가 결혼식장에서 뒤풀이 접수를 자진해서 하는 이유도 그와 관련이 있다. 뒤풀이 접수를 부탁 받았을 때는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맡길 잘했다. 실직한 사실을 아마미야에게는 말할 수 있어도 다른 친구들에게는 그러고 싶지 않다. 정직원으로 바쁘게 일하거나, 파견사원이어도 결혼 생각이 있는 남자친구를 둔 여자애들에게 내 현재 상황을 얘기한다면 아마미야 때와는 다른 비참함이 덮쳐올 테니까. 승자니 패자니 하는 말이나 ..

Review/책 리뷰 2020.06.19

[리뷰] 소설 ‘신을 기다리고 있어’, 전갱이 튀김 소스 그깟 게 뭐라고, 첫 장부터 눈을 뗄 수가 없네.

전갱이 튀김에 간장과 소금이 아닌 소스가 있어야 식사를 시작하는 한 여자가 있다. 몇 분 째 튀김 소스를 얻으려고 스스로와 실랑이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점원은 너무 바빠서 말을 걸 수 없고 옆자리에 있는 소스를 달라고 하려면 옆테이블에서 사람들은 진지하게 대화 중이라 대화 맥을 끊기가 좀 그렇다. 그녀는 왜 이리 소스에 집착을 할까?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다 보면 그런 그녀가 이해가 된다. 다음에 또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니 가장 맛있는 상태로 먹고 싶다. 하지만 점원이나 옆 사람에게 말을 걸 만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나는 파견사원이라 시급제로 일하고 있고, 점심시간은 한 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젓가락을 들고 통통한 전갱이 튀김을 집어 한 입 베어 문다. 전갱이 살은 두툼하고 갓 튀..

Review/책 리뷰 2020.06.19

김애란 소설 ‘바깥은 여름’ (입동) 리뷰, 끝맺음을 하지 못한 어떤 기억에 대한 예의

시어머니가 복분자를 쏟아 벽지가 붉은 색깔로 지저분해졌다. 소설은 그런 벽을 부부가 도배를 새로 하면서 생각나는 단상들을 편집해 만든 이야기다. 도배를 하다 아내는 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알고 보니 그들의 아이, 영우가 자기 이름을 써놓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끝마치지 못한 채로. 이름 하나 끝맺음을 맺지 못한 아이가 떠올랐기 때문에 부부는 멈칫한 것이다. 어떤 기억은 끝내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살아있는 내내 그들의 기억 속에서 머물러 있는다. 그 기억이 그들을 힘들게 하는데도 말이다. 속 부부의 기억 속의 영우가 바로 그렇다. 차사고로 하루아침에 아이를 잃은 부부의 심정은 어떤 말로도 설명해낼 수 없다. 그래서 김애란 작가가 선택한 방식은 다음과 같은 비유다. 작가의 비유를 보면서 부부의 상황, 그..

Review/책 리뷰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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