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 516

[리뷰] 영화 <결혼 이야기> 결혼 이후에 삶은 다시 시작된다

▲영화 포스터ⓒ 넷플릭스 노아 바움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2019년작 영화 를 본 순간, 감독은 이 장면을 클라이맥스로 고정하고 남은 이야기를 써내려 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 니콜(스칼렛 요한슨)과 남편 찰리(애덤 드라이버)는 이혼을 앞두고 있는 상태. 니콜은 결혼 후 찰리의 연극 연출가인 인생에 맞추느라 바빠서 배우로서 자신의 꿈을 저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경력 쌓기를 위해 뉴욕 브로드웨이에 살기를 고집하는 찰리에게 자신의 의견 따위는 듣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에 찰리는 언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해 따지지만 정작 그녀가 배우로서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자 LA에서 살자는 의견은 여전히 수용하지 않는다. 제3자인 관객이 보기에 니콜은 자신의..

가짜 싸이코패스와 진짜 싸이코패스의 만남, 이건 몰랐다

드라마 포스터ⓒ tvN 드라마 에서 주식회사에서 말단사원으로 일하는 육동식은 더 이상 갑질 상사에게 호구잡힌 채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일을 뒤집어쓰고 유서를 쓰지 않는다. 대신 그가 회사에서 버텨내는 날이 길어질수록 그에게 던져지는 맥락 없는 괴롭힘에 당당히 대항할 뿐이다. 내가 를 대하는 자세는 그를 내쫓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함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다가도 무서운 걸 모르는 지금의 육동식(윤시윤)의 반박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예상 외의 전개에 두 번 놀랐다. 가짜 싸이코패스 육동식과 진짜 싸이코패스 서인우의 콜라보라니 사이다만 바랄 뿐이었는데 이같은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에 다소 놀랐다. 치밀하면서도 계획적인 서인우(박성훈) 역시 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임을 ..

읽고 나니, 할리퀸 로맨스와는 달랐다.

일년 전만 해도 나 역시 속 폴과 같은 모습으로 사랑을 정의 내렸을 것이다. '탄력없는 살갗'에 괜시리 덜컥하고, '애인 없는 여자로서 보내야 하는 일요일이 무지 싫은', 다른 여자를 동시에 만나고 있다는 남자친구 로제의 솔직함에 대해 '그런 정직성만으로는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폴처럼 말이다. 책표지ⓒ 민음사 점차 폴에 대해 질려갈 때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은 새로운 남자 시몽을 등장시킨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시몽의 질문에 폴은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잃어버렸다는 점을 깨닫고, 연인인 로제가 새로운 여자와 관계를 시작한 것에 대한 복수로 자신에게 열정적으로 구애하는 시몽을 이용할까 하는 잔인한 생각도 해본다. 가끔 이 ..

Review/책 리뷰 2019.11.28

기억 잃은 사이 내가 연쇄살인마 됐다면? 이 드라마의 위로

회사는 정글과 같다.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을 들키는 순간 잡아먹히기 쉬운 먹잇감이 되기 쉽다. tvN 드라마 에서 육동식(윤시윤)이 딱 그렇다.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고도, 누군가 윽박지르고 또 누군가가 동정에 호소하면 아무말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사고 후 기억상실 때문에 몰랐던 사실 즉, 자신이 싸이코패스였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어떨까? tvN 드라마 는 바로 이런 의문에서 시작된 이야기일 테다. 착해빠진 말단 사원 육동식은 우연히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도망치는 가운데 사고 때문에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더욱이 육동식이 범행일지가 담긴 빨간 수첩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면서 삶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슈퍼 히어로가 슈퍼 파워를 가진 뒤 세상..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생, 그래도 인간답게 살기를

모임에 들어가면 가능하면 오랜 기간 활동하려 한다. 그래야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성격도 잘 파악할 수 있고 친해질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팔 할은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흘러간다. 내가 좋아하는 유형은 단순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눈에 잘 보이는 유형이다. 그들이 원하는 거, 싫어하는 것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끝나면 나의 흥미를 끄는 인물인지 아닌지를 넘어서 어떻게 해야 잘 지낼 수 있는지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서 내가 선택한 인연에 대해 최선을 다해 유지하려고 노력을 한다. 소설 에도 너무나도 속이 쉽게 보이는 국선 변호사 김수민이 나온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그녀를 조종하려고 하는 남자 검사 윤진하가 나온다. 분..

Review/책 리뷰 2019.11.19

친구가 죽었다, 사람들은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주의! 이 글에는 영화 의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 영화 포스터ⓒ CGV 아트하우스 하룻밤 만에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고 난 후 남겨진 사람들의 죄책감을 조명한 영화들은 많았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가해자로 지목되는 순간이 온다면 어떤 감정이 들까? 2018년작 영화 는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일조차 힘든 영희(전여빈 분)에게 닥친 시련에 대한 이야기다. 영희는 이제 자신을 추슬러 세상에서 살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경민(고원희 분)의 죽음에 대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까지 다다른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만 이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우울하고 시니컬해 보이는 영희는 평소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자신의 상황을..

영화 <튤리>가 그린 이 시대의 엄마

*주의! 이 글에는 영화 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독박육아를 하는 아내, 계획밖의 셋째 임신, 독특한 아이를 둔 엄마, 이 모든 것이 마를로(샤를리즈 테론)를 묘사한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이상의 문제를 떠안을 때가 있다. 2018년에 개봉된 영화 는 이 세상에서 가정을 지켜내기 위해 안팎으로 하루하루 전쟁터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엄마, 아내에게 주는 위로다. ▲영화 포스터ⓒ 리틀빅픽처스 드루는 바쁜 직장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아이들을 챙기고 남은 시간에 게임을 즐기는 평범한 남편이다. 평범함이라는 것도 이 시대에 남편에게 통용되는 기본이라는 것이지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영화 에서는 남편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것들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시대가 놓아준 진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

▲영화 포스터ⓒ 인디스토리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는 시대적 비극을 무겁지 않게 전달하기 위해 미스터리, 추리 장르를 결합했다. 일제강점기에서 해방, 한국전쟁까지 그 안에서 희생된 독립 운동가들과 독립 후에 친일파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영화 초반에는 1953년, 시인 백두환의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찾아내기 위해 '오리엔타르 다방'에 잠입해 수사하는 사건 수사관 김기채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후 드러나는 진실은 그 이상의 것을 말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몇 가지 장치 덕분이다. 우선, 이야기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장르를 달리해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전반부에는 추리 장르가 부각된다. 시인 백두환을 죽인 용..

도심 한복판 싱크홀 현상... 어이없게도 일자리가 늘어났다

▲영화 포스터ⓒ ⓒ (주)엣나인필름 , CGV 아트하우스 영화 는 병원을 단숨에 어수선하게 만든 19금 엑스레이, 도심에 갑자기 등장한 싱크홀, 그리고 지구의 위험을 알려주는 '메기'에 대해 다룬다. 서로 다른 에피소드를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믿음'에 대해 다각도로 다루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한다. 이야기는 마리아 사랑병원에서 누군가 민망한 장면을 몰래 불법촬영 하면서, 남겨진 엑스레이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된다. 당황한 병원 속 직원들은 연이어 결근한다. 간호사 윤영(이주영 분)도 소문의 주인공이 자신과 남자친구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해 병원에 다시 출근하기를 두려워 한다. 부원장 경진(문소리 분)은 이 낌새를 알아채 윤영에게 퇴사를 종용하지만 윤영은 다시금 출근을 결심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출근..

안면기형증 앓는 소년. 그가 진정한 친구를 사귄 방식은

영화 포스터 ⓒ CGV 아트하우스 2017년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는 남들과 다른 외모로 태어난 10살인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가 홈스쿨링에서 벗어나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학교에 다니면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다루고 있다. 27번의 성형수술을 하면서 견뎌내는 법을 배운 '어기'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고 무서워하는 모습에는 적응하기가 힘들다. 이런 그에게 다가온 같은 반 친구 잭 윌(노아 주프)에게 어기가 마음을 쉽게 내어준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는 안면기형증을 앓고 있는 ‘어기’의 아픔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기의 주변 인물들의 아픔과 결핍에 대해서 심도 깊게 다룬다. 헬멧을 쓴 아이가 서 있는 포스터 한 장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

반응형